Thanks to @tata1
토요일은 이호의 생일이었다.
내 사랑 엽기 똥꼬 발랄 코미디언.
일호와 엄청나게 싸움을 하던 중에 태어나 나에게 아기가 귀엽다는 걸 조금씩 알게 해준 아이.
일호는 내가 엄마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거의 인간 대 인간으로 싸웠던지라 아기라고 생각을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한심하기도 하지만... 무지에서 비롯했으리라...
이호는 태어났을 때부터 영락 없는 이호였다.
주변 상황을 잘 인지 하지 못할 만큼의 어린 나이었음에도 언니이 일호가 옆에 와서 슬쩍 스치기만 해도 헐리웃 액션으로 엄청 울었던 아이. 내가 전후 상황을 다 보고 있었던 터라 일호는 혼나지 않았다. 언니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본인을 보호하던 모습을 보며 그냥 웃었다.
내가 일호로 태어난지라 동생들의 마음은 잘 모른다. 그런데 이호를 보면서 내 동생이 어떻게 세상을 살았을까 짐작을 해 볼 수 있었다. 태어날때부터 엄마는 오로지 자기의 것이 안되는 터라 정말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본인이 살아 남을 수 있는지 아는것 같았다.
일호는 웃음 소리 한번 듣는게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뮤트 베이비(mute baby)라고 불렀을까.. 그냥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요즘은 그때가 그립다. 말도 많고 웃음 소리도 크고... 어휴..) 하지만 이호는 보는 족족 방긋 방긋 미소와 옹알이도 빨리 했었다. 그러니 귀엽게 느낄 수 밖에..
그리고 이호는 약간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 느긋 느긋... 낭창 낭창.. 즐거운 게 좋은 거고... 그래서인지 잠도 잘자고 먹는것도 잘 먹고.. 말을 못할 때인데도 그 아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어 키우기 쉬운 아이였다. 오히려 지금이 말을 더 안 들어서 더 힘들다는게 함정. (내가 잘 못 키운 것인가... ㅠㅠ)
말도 어찌나 이쁘고 재미있게 하는지... 단 나와 좀 다른 건 여성여성하다는 것?
한번은 친구에게 눈이 찔려 안과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잡지를 보게 되었다.
일호랑 병원에가서 잡지를 보게 되면 주로 멋있는것에 대해 본다. 자동차.. 집... 아니면 잡지는 보지 않고 계속 떠들거나... 이호는 잡지를 보자마자 구두를 보며..
이 구두 너무 이쁘다.. 엄마는 뭐가 제일 이뻐? 내가 사줄게.. 난 나중에 커서 이런 구두 다 살거야..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아인 정말 일호와 다르게 여성여성하구나...
엄마를 사준다니 기특하네.. 그런데 난 거기다 대고
엄만 뾰족한 구두 발이 아파서 못 신어.
란 팩트를 이야기 해줬다는..
그리고 구두를 다 산다는 말을 듣고.. 아.. 이 아이 잘 못하면 옷, 신발 따위를 사다가 재산을 탕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비약이 심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그러곤 계속 잡지를 보면서 화장품이며, 옷을 보며 나에게 뭐가 이쁜지 물어보고 그걸 다 사주겠다고 한다. 계속 친하게 지내야겠다. 아... 녹음을 해 놨어야 했는데... 나중에 발뺌하면 증거로 들이 밀게... 이렇게 적어 놓으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아무튼 기특해 하며 조잘대는 걸 계속 들으면서 같이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모델이 이쁘길래...
엄만 이 여자가 이쁜데?
라고 했더니.. 이호가 당황해 하며...
엄마.. 아무리 이뻐도 사람은 사줄 수 없어.
그... 그래... 그것도 사주려 했구나?? 고... 고마워...
평소엔 뭔가 살짝 백치미가 있는데.. 필요할 땐 똑똑하다. 다행이다.
토요일이 생일이지만 월요일에 생일인 언니와 함께 합동생일 케이크를 일요일에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호야.. 너 생일 때는 엄마,아빠한테 무슨 말 해야하는지 알아?? 엄마아빠..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거야.
라고 세뇌를 시키기 시작했다. 난 국민학교때부터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내 생일때 엄마에게 선물을 하곤 했다. 그냥 날 낳아준게 고마워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낳느라 엄마가 제일 고생했을 테니깐..
일단 말은 들었으니.. 엄마 아빤 이호가 원하던 빨간 구두를 선물해 줄 예정이다.
이거 신고 교회가면 내내 춤을 추는 건 아닌지.... 안그래도 음악만 나오면 춤추는 아인데... (날 닮았다.)
엄마의 튀어나온 배를 늘 걱정해 주는 아이.
자기 감정에 솔직한 아이.
몸이 유연하다 못해 안근육까지 유연해 검은 눈동자가 거의 안보일 정도까지 돌아가는 아이. (보고있으면 한번씩 무섭다.)
왠지 욜로족으로 살아갈 것만 같은 아이.
나의 계획 속 막내인 아이.
이호.
엄만...
너의 말랑말랑한 살을 만질 때,
너의 엽기적인 표정을 볼때,
너의 재미있는 말을 들을 때,
너의 너무도 유연한 포즈를 볼 때,
엄마 배가 나왔지만 폭신폭신해서 좋다며 안기는 너를 볼 때,
식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널 볼 때,
진한 눈썹에 까만 눈동자가 커서 더 커보이는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말 좀 잘 듣자?!?
2개월 전쯤에 [이호의 말말말]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다. 다시 봐도 웃기다. 사진도 있으니 이쁜 곤쥬 이호의 얼굴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셔도 괜찮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