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이야기] 수영 네번째, 3월의 마지막.

leeja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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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첫번째
수영 두번째
수영 세번째

수영 열번째 수업

토요일엔 필참이다.

였는데... 못갔다.
잠이 문제다.
잘생긴 양조위 선생보다 잠이 우선이다.
난 외모를 별로 중요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신랑과 결혼했다. (뭐라는지...)

수영 열한번째 수업

또 빠지면 양심에 가책을 느껴야하니..(아.. soyo@soyo님한테 내 양심 출산하면서 애들한테 다 줬다그랬는데.... 미세하게 남아 있는 걸로...) 역시 겨우겨우 눈을 뜨고 수영장으로 갔다.
이젠 국민 체조 따윈 빼 먹는다. (늦어서..)
하지만 혹시 수업 하다가 죽을까봐 샤워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스트레칭을 해본다.
한달이 다 되어가니 수업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그날도 친구.... 아니 동생이랑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수업하는 레인을 해마처럼 한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암튼 그 동생이 나보고 왜 토요일에 안나왔냐고..물어보면서 양조위선생님을 칭찬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우리 선생님에 대한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양조위 선생님이 가르쳐 주니깐 알아 듣기도 쉽고 엄청 열심히 가르쳐 주던데, 우리 선생님은 설렁설렁 가르쳐 주고 너무 하는거 아니냐며...
수업 중간에도 대화 할 기회가 생기면 양조위 선생님 칭찬, 우리 선생님 원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나이 많은 학생분이 질문을 하셔서 거기에 답하는 것도 맘에 안들어하던 동.. 생... (안되겠다. 그냥 친구라해야지.. )
뭐라 했더라? 저봐라... 또 노가리깐다... 라고 했던가???

우리 선생님이 그걸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점점 없어지는 학생 수를 보며 다음 달이 걱정이 되었던 것일까?
갑자기 고백하신다.

사실, 저번 주에 휴가 간 거는 아파서 간 겁니다. 갑자기 당뇨가 와서... 이리저리 검사한다고 휴가를 쫌 냈어요. (대구 사투리 억양으로 읽어주시면 좋을듯.)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술 많이 먹었나 보네...

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맨날 늦게까지 밥 안먹고 술만 먹고 돌아 다녔더니 갑자기 그렇게 됐습니다.

헐... 정말 우리 이야길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선생님의 고백이 끝나고 갑자기 내 친구는 양조위 선생님 이야기하는 빈도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선생님의 영업 능력이었던건가? 작디 작은 수영복에서부터 동정심을 끌어내 불만을 잠재우는... 놀랍다.

수영 일지인데... 수영한 이야기는 안하고 계속 딴 이야기만 하는것 같아...
이번 시간엔 팔 돌리기와 함께 호흡도 같이 해보았다.
왼쪽 어깨가 아프고 물을 계속 먹었다.
수영장 바닥에 밴드가 붙어 있던데... 난 밴드가 우려난 물을 계속 마셔야 하는건가... 우욱...
일주일에 세번 가는 수영을 자꾸 빠져 먹으니 머리 따로 몸 따로 움직인다.

수업이 끝나고 샤워장에서 운이 좋게 빨리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잘 안 맞으면 사람이 많아 한 샤워기에 두명씩 쓰는 경우도 있고 새치기 하는 아주머니들도 더러 있다. 그래도 별 탈없이 잘 사용하길래 신기하다 했더니... 저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하는, 그러나 실제론 별로인 싸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모두가 벌거벗은 상태의 싸움이라, 일반 싸움 구경과는 뭔가 색달랐다. 그냥 그랬다는 말이다.

평일이라 시간이 별로 없기에 머리도 안말리고 후다닥 나와서 수영장의 자동 유리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 배는 한껏 들어간 듯한 느낌과 오늘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찬 느낌을 느꼈다.

그래... 이 맛에 수영하지...(아직 배운지 한 달도 안됐음.)

집에 와서 수영하니 기분이 좋다. 힘이 난다. 배가 들어가는 것 같다. 라고 출근 준비하는 신랑에게 조잘거렸더니... 자기가 진작에 말하지 않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안다고. 알어. 누누히 말하지만 운동할 맘이 생기면 임신하고, 출산 후 운동 시작하면 임신하고... 그러길 다섯번 했다. 이렇게 말하면 신랑은 또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고 하겠지만.. 너도 일조를 했다는걸 기억해.

수영 열두번째 수업

이날은 설빙 원정대가 대구로 오기로 한 날이다. 수영을 한 뒤 커피 정맥 주사를 맞고 그들을 맞이하겠다고 이야기 한터라 그 전날 일찍 잤다.
알람이 울리고 옆에서 자던 신랑이 수영을 안가냐며 나를 깨운다.
그래서 억지로 몸을 또 일으켜 수영 가방을 챙겨 나갔다.
왠 모르는 사람들이랑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신랑이 수영을 안가냐고 또 묻는다...
엉?? 나 수영 갔는데? 왜 신랑 옆에 누워 있지? 뭐지? 무슨 상황이지?
꿈에서 수영을 갔던 것...
결국 못 갔다.
아무래도 수업을 주 2회로 바꿔야할 것 같다.

설빙 원정대 맞이를 시작으로 이틀을 달렸다.
예전 같았으면 몸져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그 꼴랑 몇번 한 수영이 나를 살리는 것 같다.
원정대 단톡방에다 수영 때문에 버티는것 같다고.. 물 속에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수영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수영 열세번째 수업.

단톡방에 한 다짐과, 정작 수영하는 이야긴 10% 밖에 안되는 수영 일지를 기다려주시는 이웃들 덕분에 힘을 내 오늘도 새벽에 침대와 한 몸이고 싶지만 몸을 일으킨다.
오늘도 국민체조는 skip. 샤워하면서 잠깐 잠깐 스트레칭.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뭔 배짱인건지...

오늘은 친구가 보이질 않는다. 저번에 토요일에 나오는게 좀 힘들다 하더니... 담주면 볼꺼니깐 그때 물어봐야지.
열한번째 수업 때 분명 배영도 한번 나가본다 했는데... 열두번째 수업 때 안 한 눈치다.
그럴 줄 알았어. 울 쌤은 좀 설렁설렁하는건지... 아님 천천히 수업을 하는 건지... 뭔가 수업을 안하는것 같아 보이긴 하다. 휴가를 다녀온 뒤론 물에도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다가 우리 하는것만 보고 있다. 당뇨가 생겼다고 해서 물에 들어가면 안되는 건 아닐텐데... 운동을 더 해야할 텐데...
선생님인지... 라이프 가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뭐 그래도 좋은 건 위에 티를 입고 있고 뛰어 내리는 발판(?)에 몸을 기대 꼼짝하지 않고 수업하는지라, 그 작디 작은 수영복은 보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중간에 수영과 관련 없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시설 관리 공단에서 관리하는 수영장인데 이곳의 수영 강사들은 다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지는 얼마 안되었고, 우리 선생님도 정규직이란다.
그러면서 이번에 두명 뽑았는데,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직원을 가르키며, 계속 경쟁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높은건지 낮은건지 알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학생 아저씨 한 분이 문재인 대통령이야길 한다. 왜 갑자기 대통령이 등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 뒤에 본인은 항상 오른쪽만 보신단다... 왼쪽으로는 절대 안본다며.... 좌회전해야하면 어떻게 하시려는 건지..
그것이 강사가 전부다 정규직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진 모르겠으나, 아.. 여긴 대구지? 하며 갑자기 답답해졌다.

오늘도 역시 왼쪽 어깨가 아프다. 팔을 돌리면서 몸이 안돌아가서 그러리라. 선생님이 보고 어떻게 돌려라 말을 해줘야 하는 것 같은데...우리 반은 우리끼리 서로 봐주고 있다. 옆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 학생분한테 왼쪽 어깨가 아프단 이야길 했더니, 내 자세를 보셨나보다. 왼쪽이 안돌아가서 그런거라고 말해주셨다.
그건 나도 아는건데.....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건가?? 모르겠다.

그러고 있는데 시간도 다 되고, 마지막 날이라 팀을 나눠 경주를 했다.
선생님 왈

수영하다가 걸어와도 되고, 옆에 있는 줄을 끌어당겨서 와도 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세요.

이게 무슨 소린지...
하지만 재미있게 시합을 했다. 마지막 시합할 때는 중간에 쉬지도 않고, 숨도 잘 쉬고 , 더러운 물도 안먹었다. (시합 전까지는 물을 계속 먹어서 짜증이 나있던 상태였다. 그 전에 봤던 밴드는 아직도 붙어 있었다. 우욱... 입덧이 다시 온 줄..)
그리고 우리 팀이 이겼다. 훗훗.
선생님이 진 팀이 이긴 팀에게 자판기 커피를 사주라고 했지만...
우리 반은 일단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 흩어져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기에 커피는 얻어먹지 못했다.
4월에 다시 만나요~!!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사실 줄을 잘 못 서서 오래 기다렸다.) 머리도 말리고 유유히 나오는데 아주머니들이 하시는 말씀.

오늘 태극기 집회 있잖아. 거기 가야된다.

하... 대구...
서둘러 탈의실을 나왔다.

자동 유리문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배가 점점 등으로 붙어가는 느낌만을 느끼며..(실제론 미동도 하지 않는 배다.) 차에 탔다.
고요하다.
집에 가면 김가들이 북적북적할텐데 싶어 10분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시동도 켜지 않고...
이렇게 잠깐 충전을 한 뒤 오늘도 아이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커피를 5시간에 한번씩 마셔가며...
오늘은 날이 많이 좋았다.
4월에도 수영일지는 계속 되어지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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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 자연휴양림. 내년에도 대구에 있게 된다면 가운데 자리에 5호를 앉혀서 다시 찍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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