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이야기] 빠른년생인듯 빠른년생아닌..

leeja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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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빠른년생이다.
하지만 원래 내 생일은 오늘이다.
그래서 나의 생일은 두개가 있다.
주민등록상의 생일과 진짜 생일.

국민학교 1학년이 되면서...
오빠라고 부르며 놀던 아이와 갑자기 같은 학년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 남자애는 날 엄청 괴롭혔다. 지도 억울했을것이다. 분명자기가 오빠였는데 갑자기 친구가 되니...
하지만 내가 더 억울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걸로 난 괴롭힘을 당했으니..
그놈이 정말 싫었다. 군인의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는것이 그놈과 헤어질땐 정말 좋았다.

그 이후로 한동안 빠른년생임을 학교에선 인지할 필요가 없었다. 국민학교땐 난 학교를 8군데를 다녔으니 친해질만 하면 헤어짐을 반복했기에 내 생일을 친구들에게 말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중학교때 아빠가 전역하시면서 대구에 눌러앉게 되었다. 중학교 역시 학교에선 빠른 년생임을 밝힐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 여고에 들어가면서 동아리를 가입하게 되었다.
중창 동아리였는데 나름 열심히 했었다. 점심시간마다 음악실에서 연습하고 중창대회도 나가서 상도 받고 했었다. 내가 고3때, 후배들이 언니언니하면서 매일 편지도 주고 간식도 사다주고 그랬었다. 여고의 폐해일지도 모르나 암튼 날 좋아하는 바로 밑에 후배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의 생일은 나보다 빠른 3월 초였다. 그걸 알고 나선 난 맘에 껄끄러움이 생겼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난 너보다 늦게 태어났어... 그래서 난 사실 언니가 아니야..

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니 언니 하는 소릴 아무 생각없이 듣고 있자니 맘 한구석이 무지 불편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친구하자고 할지도...

그리고 고3때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나와 생일이 똑같았다. 다시말해 태어난지 1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것도 맘이 불편해 그 친구에게 사실을 말했으나 워낙 성격이 좋은 친구라 둘이 생일이 똑같다며 좋아했었다. 지금도 내 생일이 되면 그 친구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웃긴건 그친구의 1호와 나의 1호가 같은 날 태어났다. 걔네들은 정말 친구다. 여담으로 친구의 남편도 빠른 년생인데 친구와 1달 차이로 오빠다. 억울한건 내 친구뿐.

교회에선 내가 다 빠른년생이나 아님을 알고 있는터라 한 놈이 고등학교때부터 아직까지도 심심하면 친구라며 우긴다. 뭐 이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누나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고...

그러다 대학교에 들어가니 더 복잡해졌다. 고등학교때까지야 재수해서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니 그냥 학년이 생년이겠거니 하면 됐는데... 엄청 머리 아팠다. 그래도 뭐 다~친구, 나이가 2살 이상 차이나면 언니... (난 간호대여서 여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병원. 그냥 내 생일은 2월이었다. 병원에선 2월, 집에선 3월.. 뭐.. 이도 저도 아니고...

병원을 그만둔 뒤 미국에 가서 나의 빠른 년생은 족보를 엄청 꼬아놨다. 양쪽 다 친구 먹어서....
애시당초 나이 따지지 않으면 빠른년생이던 머든 상관이 없는데... 하필 나의 미국생활은 미국사람들이 아닌 한국사람들과 관계가 주를 이룬지라... 그래서 미국에선 2월에 생일을 축하받았다. 축하받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기분을 알랑가 몰라...

그리고 다시 지금의 병원. 일하러 갔는데 나와 같은 생년의 선생님이 있길래.. 내가 친구하자 했더니..
처음엔 그러자 하더니 학번이 나보다 아래인걸 알고서 나보고 선배님이라고... 친구 아니라고... ㅠㅠ

한 날은 엄마에게 왜 날 일찍 학교에 보냈느냐고 원망 섞인 말을 했더니 그땐 그게 좋을 줄로만 알았다고 하셨다. 본인이 학교를 일찍 다니셨기에... (울 엄만 7월 생이시다. 대체 행정을 어떻게 하는건지.) 그런데 보내고 보니 그냥 원래대로 보낼껄 하는 생각을 하셨단다. 어릴 땐 아무래도 체격적으로 좀 치였다고...

내가 학교를 빨리 들어가면서 겪었던 또 다른 일은
우리 때까지 여자는 가정수업, 남자는 기술로 나뉘었고, 이후로는 여자도 기술과목을 배웠다고 한다. 남자는 가정수업이 생겼고... 수능도 약간 바뀌었던것 같다. (이쯤되면 나일 짐작하는 분들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빠른 년생으로 들어간 것 때문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별게 다 불편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불편했다.

지금도 사실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어찌 답해야할지 애매할 때가 있지만, 요즘은 빠른을 붙이지 않는다. 나일 먹으니 한 살이라도 덜 먹는게 좋아서...
그리고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말 통하면 다 친구지...

애들을 다 재워놓고 신랑이랑 아는형님을 보다가 보니 12시가 넘었다.
그래서

와!!!! 내 생일이다!!!!

라고 했더니...
신랑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왜였을까.... 깊게 생각하지 않으련다.
그러곤 하는 말이 이제 몇 살이냔다...
00살 이라고 말했더니 자기 나일 들먹인다.
나보다 어린걸 자랑한다.
그래서 빈정 상해서 자는 척하고 있으니 신랑이 눈치를 챘는지

내일 '최가네'에서 케이크를 사올까?

묻는다. 대구에선 알아주는 케이크 집이다.
하지만 지금은 빈정이 상했다.
됐다며 목사님이 생일 선물로 주신 파리에서 바게트를 팔겠다는 가게 케잌 쿠폰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곤 자는 척을 계속하다 신랑이 자길래 나와서 글을 쓰고 있다.

생일인 오늘 난 자고 일어나서 열심히 집안일을 해야한다.
하루종일 해야할 것 같다. 주말동안 좀 미뤄놔서..
난 생일에 재활용 쓰레기와 설거지 꺼리와 빨래감을 선물로 받았다.

아....... 좋다.......

생일이 뭐 별건가...
그냥 365일 중에 하루일 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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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bok@dabok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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