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to @dabok
5월이다. 난 복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다. 복직하자마자 쉬는 날이라니 좀 웃기긴 하지만 어쩔수 없이 쉬어야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일호의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기때문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맞벌이가 많아지니 운동회 참석할 수 있는 부모들이 적어져서 근로자의 날에 한다고 한다. 나의 인연 @dmsqlc0303 투럽맘네도 오늘 운동회를 한다고 했었는데 포스팅 한 걸 보니 잘 했나보다.
사실 난 오늘 운동회를 안했으면... 하는 마음에 어제 엄마들의 단톡방에다가 '내일 미세먼지가 많아도 운동회 하나요?' 라고 물었더니 비만 안오면 한단다. 아.. 일기예보에 비온단 말은 없었는데... 미세먼지도 나쁨이라던데 해야하나?? 하는 짜증이 밀려왔다. 일호의 첫번째 운동회라 응당 기쁜맘으로 참여를 했어야 했으나. 하필 근로자의 날이라 어린이집도 쉬어야하는 날이다. 유치원과 학교는 교사라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지만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근로자라 쉬어야한다. 대체 이건 무슨 법인지... 아무튼 어린이집 교사는 쉬어야 하는데, 보육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안받을 수 없는 일이라 미리 수요 조사를 한다. 그래서 간다고 표시해 놓으면 은근슬쩍 압박이 들어온다. 다른 애들은 없던데.... 라는 식의... 막내랑 삼,사호의 어린이 집이 달라 막내는 안보내고, 삼/사호는 일호의 운동회 하는 동안만 맡긴다고 했다. 이번엔 원장선생님이 '아버지는 그날 안쉬시냐.... (군인이라 근로자가 아니라 못쉰다.) 왜 오호는 안보내면서 여기만 보내냐..(원장쌤이랑 친하다. 우리 사정을 다 아시는 분이라 그냥 투정 조로 나에게 말한건 알지만... 우리 사정을 알만큼 알면서 그러시니 좀 서운하다.) 는 등의 압박에도 그냥 보냈다. 대신 점심안먹고 데리고 간다는 조금의 양보를 했다. 삼호사호를 데리고 가도 되긴하지만 사호가 힘도 쎄고 호기심도 많고 여기저기 돌아다닐께 뻔한데 그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오호를 안고 쫓아다닐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나 눈 딱 감고 삼호랑 같이 맡겼다.
이,삼,사호를 보내고 오호를 들쳐 안고, 친정 어머니와 함께 일호의 학교로 갔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명함을 나눠준다. 참.. 잘 찾아온다. 선거때가 다가오긴 했나보다. 빨간색, 파란색, 주황색 명함을 받았다. 빨간색은 같은 학년 다른 반 애의 엄마란다. 대단하다.. 근데 왜 하필 빨간색...
운동장에 들어서니 큰 음악소리와 함께 사회자가 본인을 소개 하고 있었다. 야구단의 장외 아나운서란다. 아.. 그런 직업도 있구나. 난 야구경기를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어서 몰랐다. 요즘은 다 전문사회자에게 맡기나 보다. 어찌되었든 흥겨운 분위기다.
스탠드에 앉아있는 일호를 발견했다. 머리가 산발이다. 아....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못 묶어줬구나.. 혹시나 고무줄이 있을까 가방과 주머닐 뒤진다. 다행히 고무줄 하나를 가방( @zzoya님의 스티밋 에코백) 속에서 발견했다. 신랑이 맨날 나에게 제자리에 두라고 잔소릴 하지만 그 말을 듣지 않아 좋을 때가 한번씩 생긴다. 머릴 묶어 주겠다고 내려오라고 하니 안묶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보다못한 외할머니가 고무줄을 들고 가서 묶어준다. 일호가 요즘 고집이 세졌다. 머릴 묶어놓고 학부모를 위한 자리로 가서 다른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앉아 있었다. 낯을 많이 가려 같은 반 엄마는 두명 밖에 말을 안해봤다. 오늘도 그 두 엄마랑만 말을 하고 왔다.
다른 학년들의 게임들이 끝나고 드디어 1학년의 청실 홍실 게임을 한다. 주위에있던 엄마들이 우루루 몰려간다. 휴대폰을 들고... 내 주위에 있던 엄마들이 다 1학년 엄마들이었구나...
이 게임은 일호가 속한 백팀이 이겼다. 끝나고 엄마들의 경기는 청팀 엄마들이 이겼다. 청팀의 엄마들이 백팀의 엄마들보다 뭔가 더 활기차 보였다.
여러 경기들이 끊임없이 진행 되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부모님과의 게임. 난 달리기인줄 알고 친정어머니한테 운동화를 신고오라했는데 신발 멀리 던지기였다. 이긴 팀은 매운맛 컵라면을 진 사람은 순한맛 컵라면을 들고 가라는 사회자의 말을 듣고 지는 게 낫겠다 했는데.. 친정어머니의 신발은 멀리 멀리 날라가 매운 맛을 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품은 순한맛으로 가져왔다. 상품을 타서 신난 외할머니를 보는데 예전에 했던 운동회가 생각났다. 그때는 학교에 학생도 많았고 다들 집에서 도시락이며 간식이며 싸가지고 와서 돗자릴 깔고 앉아 먹었었는데... 그땐 무슨 춤 연습도 많이 하고 했었는데... 그땐 우리 엄마도 젊었었는데.... 이젠 할머니가 되었네...
그리곤 일호의 개별 달리기가 있었는데.... 설마 했는데 역시나 내 딸이다. 꼴등. 피는 못속여.
운동회의 꽃은 계주가 아니겠는가? 예전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꺼번에 모아서 달리기를 했던것 같은데... 1,2학년 3,4 학년 5,6학년으로 나눠서 계주를 했다. 1,2,3,4 학년의 달리기를 보며 뭔가 시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5,6학년의 계주를 보면서... 아.. 역시 큰애들이 낫구나.. 6학년 언니 오빠들은 멋있었고, (팬클럽 만들뻔) 엎치락 뒷치락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를 펼쳤으며, 역전승으로 백팀이 이겼다. 일호가 했던 경기보다 5,6,학년 계주가 더 재미있었다. 난 솔직한 엄마니깐.. 아닌건 아닌거다.
그러곤 다 같이 운동장에 나와 반별로 동그랗게 서서 짝을 지어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는 시간이 되었다. 일호를 찾아서 갔더니 멀뚱멀뚱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얼굴은 똥씹은 표정을 하고 서있다. 일호가 그러고 있으니 옆에 있던 짝꿍도 데면데면... 그러는 와중에 사회자는 네명을 만들었다가 여덟명을 만들었다가 원안으로 애들을 집어 넣어 춤을 추게 한다. 일호는 뒷걸음 치며 나에게 온다. 그래서 춤을 추라고 했더니 싫단다. 그래.. 춤추는 게 싫을 수도 있지 싶어서 데리고 구경을 하고 있다가 춤 추는 것이 끝나고 다 같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라고 한다. 옆에 있더 일호에게 춤은 끝났으니깐 가서 서있으라 했더니 말을 안듣는다. 뭔가가 뒤틀렸다. 억지로 친구 옆에 가서 붙여놔도 자석의 같은 극이 만난것 마냥 튕겨 나온다. 그 모습에 괜히 속이 상해서 일호를 붙잡고,
이것도 한글 수업하고 하는 것 처럼 수업하는 거야.. 같이 가서 손잡고 있어!
라고 말도 안되는 소릴 해본다. 일호도 말도 안된다는 걸 알았는지 갈 생각이 없다. 대신에 울상이 되어 곧 눈물을 떨어뜨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실갱이를 하다보니 마치는 시간이 다되어 반별로 줄을 서라고 한다. 그래서 다 끝났으니깐 줄 서라고 말을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반 아이들이 줄을 거의 다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애가 반 무리에서 없어졌는데도 신경도 안쓰는 것 같은 담임 선생님한테 화가 났다. 나도 안다. 25명을 한꺼번에 챙기긴 무리라는 것을 모르는건 아니다. 그런데 일호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것 같은 선생님에게 화가 났다.
사실 내 몸이 점점 피로해 져서 모든 상황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9시 부터 12시까지 오호를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더니 발바닥엔 불이 나고, 어깨도 아팠다. 그리고 햇볕 알러지 가 있는데 손등이랑 귓바퀴가 너무 간지러웠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다되어서 배가고파 더 짜증이 밀려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일부터 당장 아침일찍 일어나 일을 하러 가야한단 생각이 날 더 피곤하고 짜증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피곤에 쩔은 상태로 저녁준비도 하고 했더니 더 녹초가 되었다. 피곤을 핑계로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는 것을 신랑이 지혜롭게 막아준다.
오늘 글을 쓰지 않으면 당분간 긴 글은 쓰기 힘들것 같아 햇볕 때문에 벌겋게 부풀어 오른 손등을 긁어가며 감기는 눈을 애써 떠가며 글을 쓰고 있다. 이게 뭐라고... 마치 내일 이별하는 사람처럼 busy에서 질척대고 있다.
힘들었으나, 어쨌거나 내사랑 일호의 운동회였기에 잇몸미소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