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게 된 올해의 화제작 조커. 예고편에서부터 수많은 뉴스까지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기에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에 화끈한 액션도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봤음에도 이것이 과연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묵직했던 영화.
불안한 눈빛의 대명사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 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 조차 존재감 욕심 내지 않고 아낌없이 밀어줄만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호아킨은 극을 잘 이끌어준 것 같다.
글래디에이터에서의 다부진 몸매와 상대를 업신여기던(?) 표정은 어디가고 본래 나이보다도 훨씬 늙어보이는 얼굴과 뼈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바싹 마른 몸이 측은할 정도. 역할에 자신을 맞추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극 초반부의 아서는 착하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 그래도 병석의 노모를 모시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애를 쓴다. 그런 그를 주위에서 좀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이유 없이 괴롭히는 나쁜 늠들이 꼭 있다.
게다가 그가 살고 있는 고담이라는 도시 자체도 자정 기능이 마비된 폭발 직전의 도시.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곳이다.
너무나 어렵고 외롭지만 그래도 웃어본다. 우리 곁에도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일텐데. 대가족이나 이웃을 기반으로 한 사회 공동체는 이미 해체된지 오래이고 공공 부문도 그리 잘 작동되는 것 같지는 않으니 우리네 세상도 고담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어려운 여건에다 병까지 있는 아서. 이따금씩 이유 없이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웃음이 터질 때면 자기 상태를 상대방에게 알려서 사람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 최선을 다한다. 기본적으로 미안한 마음과 배려심을 가진 사람다운 사람이었다.
본인도 약 먹으랴 모친 수발도 하랴 너무나 힘들지만 그래도 코미디언으로 성공하는 꿈을 꾼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꿈마저 없다면 결국 더 큰 병을 얻든 뭐든 해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게 되지 않나 싶다.
되는 일 하나 없이 아슬아슬하게 폭발의 임계점 직전에서 근근이 버텨오던 아서. 우연히 위험에 처한 아가씨를 돕는다는 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출생의 비밀까지 겹치니 결국 폭발하고 만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흘러나오는 느릿한 춤사위는 한 많은 인생에 대한 살풀이처럼 느껴진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계단 위 달동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은 너무나 멀고 힘들었지만, 이젠 신나게 춤추며 내려온다. 완전히 조커로 거듭난 것. 이제 그가 추는 춤은 망나니가 추는 광란의 칼춤이다. 약하고 착해빠졌던 그가 도대체 어떻게 이 지경까지...
그 와중에 아서는 자신의 우상이던 머레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맞는다. 머레이처럼 토크쇼에서 활약할 날을 꿈꾸며 하루 하루를 버텨왔던 그이기에 비록 조커로 거듭났지만 방송에는 나가보기로 한다. 이때 머레이가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아서를 대해줬다면 아서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을까.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미국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짚어준다. 돈이 최고의 가치이고 가진 자들은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돈의 힘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 서로에 대한 배려나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팍팍한 살림. 누구나 총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며 살인이 너무나도 쉽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현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무능한 정부까지.
물론 이런 세상에 산다고 해도 끝까지 자신의 꿈과 의지,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극소수라 하더라도 조커같은 이들이 하나씩 나타나면 그 영향과 공포는 무시무시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존파 사건이나 유영철 같은 이들이 얼마나 섬뜩했었나.
우리나라도 자꾸만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총기 문제에서 만큼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다행스러운 건 아직까지 조커를 보고 영향을 받아 무차별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
호아킨의 연기가 자칫 조커를 너무나 멋져 보이기까지 하도록 만들었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들 잘 이해하고 세상이 좀 더 바뀌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하고 있는 모양인가 보다.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75557-joker?language=en-US
Critic: AAA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