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우리 모두의 이야기

laylador(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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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장종화라는 사람이 쓴 논평으로 다시금 화자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 뿐만 아니라 겪어보지 못한 일을 일반화로 지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영화 평점 깎아내리기와 배우와 작가, 작품 자체에 대한 악플과 비난은 영화가 소설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나왔던 때부터 아직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논점이 존재하는 논쟁도 아닌 분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대체 영화를 향해 그리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해내고 여성을 폄하하는 그들은 공감능력이 없는 본인들의 탓은 대체 왜 못하는건지, 가부장제 사회의 수혜자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각을 왜 못하는 건지는 다같이 진지하게 생각해볼 주제다. 청년대변인이라는 사람의 말처럼 사회 현상과 문제에서, 페미니즘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일까?


 그는 전형적인 ‘내가 겪어보지 않은 차별에 대해 무지하고 앞으로도 무지할’ 안타까운 부류 중 하나다. 가족간의 남아선호 사상, 육아노동의 가치 인정 (여성의 몫이라는 점 또한), 몰카 적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데도 남성들의 억울함을 외친다. 이런 사상이 청년대변인이라는 사실 또한 절망스러운 것은 물론 이렇게 현실반영을 잘 투여한 영화의 논점을 아주 잘 비켜가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를 뿐.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은’ 따위의 말로 공개적으로 폄하할 수 있다는 위치라니.


 파리에서 수업을 가르치는 아이의 가정에 방문했을때 탁자에 올려진 82년생 김지영 책을 발견했다. 책을 나도 모르게 집어든 순간, 학생이 말했다. 그거 어제 다 읽었어요, 라고. 참고로 내 학생은 초등학생 11살 남자아이다. 어머니에게 한국에서 가져오셨나봐요 라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아이를 보며 말한다. 저는 진즉에 다 읽었는데, 얘도 앉아서 꽤나 몰입하면서 읽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사실 조금은 놀랐다.) 다 읽더니 와서 엄마 미안해, 난 몰랐어. 엄마도 이렇게 많이 힘들었어? 라고 말했다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난 청년대변인 장종화를 떠올랐다. 11살짜리 남자아이도 읽고 공감하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억울해 죽겠는 글로-반드시 남자도 힘들다고 징징대야만 하는 글로 읽히는걸까. ‘다른게 아니라 틀린겁니다’ 위근우 저자의 말처럼, 김지영을 통하여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고난과 억울함에 취해 그동안 여성들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를 과연 그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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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차분하고 날카롭게 관람하고 싶다는 초반의 희망과는 달리, 영화 내내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꺼이꺼이 울었다. 끝날 때 까지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녀의 무기력함에 공감했다. ‘사회인’ 이 아닌 ‘엄마’로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베란다에 서있던 뒷모습에 엄마의 뒷모습이 겹쳤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매번 제사, 명절, 생신때 꼬박 가서 음식을 준비하던, 그리고 그게 당연한 도리라 여겼던 불쌍한 엄마의 허리와 손목이 떠올랐다. ‘주부’로서 무시받고 또 ‘주부’가 아닌 삶을 되찾을 수 없었던 엄마의 삶이 김지영과 겹쳤다. 보통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인상깊었던 장면이나 대사를 머릿속에 저장하곤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관람 후 평소 들어가지 않는 네이버로 영화를 검색했다. 기억나지 않는 엄마 (미숙)의 대사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82년생 김지영을’을 치니 수많은 글들이 쏟아졌다. 개의치 않고 ‘명대사’란을 클릭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엔 영화 맥락 앞뒤 다 자른, 여성에게 불리한 대사 또는 영화엔 나오지도 않는 상상의-여성을 폄하하는-대사들을 올려놓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혼돈의 카오스였다. 영화 관람도 않고 왜 이런 글을 쓰냐고, 제발 그 시간에 공부나 좀 더 하라는 사람들,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사를 올리는데 왜 막지도 않냐고 네이버에게 항의하는 사람들과 일명 ‘가짜 대사’를 올려논 사람들과의 대립이 팽팽했다.


 대체 왜 이런 대립이 일어날까.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라보던 여성, 늘 자신들보다 아래에 있던 여성이 불합리했던 현실을 토로하는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자 불편한것이다. 어떻게서든 영화를 폄하해 가치를 떨어트리고 싶은것이 아닐까. 일일히 신고를 누를 가치도 못 느낄 정도로 여성을 향한 혐오가 짙은, 명백한 분풀이 글들이였지만 나는 힘이 닿는데까지 신고버튼을 눌렀다.


 돌이켜보면 영화속 나의 명대사는 짧고 굵다. 엄마 (미숙)이 아픈 딸(지영)을 두고 멀쩡한 막내아들을 위해 한약을 지어온 남편에게 (그리고 평생 딸과 아들을 향한 차별의 온도를 유지했기에) 화를 내며 소리 지른 한마디.

‘이렇게 자라왔는데, 애가 어떻게 안아파!’ (정확한 대사를 찾을 수 없어 눈물로 얼룩진 기억속에서 끄집어냈다)



 한국 여성들의 공통적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왈가왈부 할 수 없다. 누군가는 ‘세상 차별은 혼자 다겪은’ 따위의 폄하로 무시하고 고통을 외면하고 남자도 힘들다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그저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삶을 고집해 왔음을 드러내는 것밖에는, 신선함도 공감성도 없는 지루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친절히 그러나 확실히 알려주자. 너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부끄러운줄 알자고. 어떤 경우에서도 직장을 다니다 출산을 한 후 독박육아를 뒤집어 쓰고 사회에서 단절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용납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영화 서사 전반에 걸쳐 녹아있어 일일히 적을 순 없지만 내 가슴속 깊이 저장한 영화, 그러므로 또 한번 다시 볼 영화. <82년생 김지영>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586048-82?language=en-US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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