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희생

lawyergt(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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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The Sacrifice),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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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암 선고를 받고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임을 알았다. 이 영화는 그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다 바쳐 찍은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이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으므로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남은 삶의 소중함을 알기에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배경을 듣고 나서 나는 그의 유언을 듣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첫 장면에서 알렉산더는 고센과 함께 해안가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옛 수도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은 나무를 심고 3년간 물을 주었더니 그 나무에서 꽃이 피더라는 신비로운 이야기. 그리고 우체부 오토는 말한다. “정말로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법이죠.” 저택으로 돌아온 알렉산더는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TV에서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알리는 뉴스가 방송되고 곧 통신이 끊긴다. 방송에서 전쟁소식을 알리는 장교의 절박한 목소리는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세계는 곧 멸망할 것이다.

철학과 신학과 미학을 공부했던 알렉산더는 영화 초반 신을 믿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인간은 보편적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불가지론을 지니고 있는 것.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고센, 가족, 인류, 이 아름다운 모든 것이 전쟁으로 인해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하자 그는 진실하고 또 진실하게 경건한 마음으로 신 앞에 무릎 꿇는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제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기도의 응답인 것일까. 곧 오토가 등장하여 가정부 ‘마리아’와 동침하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알렉산더는 그의 말을 믿고 마리아의 집을 찾아가 그녀와 동침하며 다음날 세상은 기적처럼 원래대로 돌아갔다. 세상은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신에 대한 기도, 그 진실한 언약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집에 불을 지른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굳게 침묵한다. 신에게 맹세한 대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sacrifice)한다.

이 영화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믿음과 희생, 그리고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마주한 알렉산더는 ‘믿음’을 갖고 신에게 무릎 꿇었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고 고백했으며, 그 믿음과 희생의 결과 세상은 ‘구원’되었다.

나는 구원의 힘이 그 믿음의 진실함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희생정신이 없다면 선물이 아닌”것처럼, 알렉산더의 희생은 그 진실함을 입증했다. 대개 무언가를 바라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입을 닫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결혼하기만 하면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겠다는 다짐과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알렉산더는 그의 기도를 잊지 않았다. 집을 불태우고 침묵함으로써 그는 그의 남은 삶을 신께 바쳤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그의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진실한 믿음만이 인위적인 문명으로 고통 받고 파괴되어가는 우리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오늘날 세상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의 끝에서 세상의 구원을 노래한 타르코프스키, 그 또한 구원받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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