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착오주문 취소사건
가끔 보면 코인판에서 '매수'와 '매도'를 잘못 누르거나,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인다거나 해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사건개요
2010년 2월 9일, 원고 미래에셋증권 직원 A씨는 개장 전 08:50에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의 매수주문을 입력하면서 주문가격란에 0.80원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 80원을 입력하였습니다. 무려 100배나 비싼
매수주문을 넣은 것입니다.
피고 유안타증권(사건당시 동양증권)의 직원 B씨는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34경 1.1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09:00:03:60 위 주문이 80원에 체결되자, 거래화면에 나온 매수호가 80원을 클릭하여 주문가격을 80원으로, 주문수량을 300계약으로 하여 09:00:08:46 매도주문을 하고, 이후 주문가격과 주문수량을 고정하여 09:00:11:88부터 09:00:15:73까지 불과 몇 초 만에 추가로 28회의 매도주문을 하였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A씨의 실수를 포착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초 의도했던 매도가격보다 80배나 비싸게 판 것입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주문은 착오에 기한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민법 제109조에 의하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A씨의 실수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었므로 원칙적으로는 취소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친구(A씨)가 심하게 잘못했긴 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그 실수를 잽싸게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네요. 한 번 봐줍시다."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한맥투자증권 사태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이런 주문실수가 종종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를 가리키는 전문용어도 있었습니다.
"Fat Finger"
손가락이 너무 뚱뚱해서 키보드를 잘못눌렀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점('.')하나 찍지 않아서 이 사단이 일어났는데, 법원은 착오취소를 인정하여 미래에셋증권을 구제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착오취소가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코스피200 12월물 옵션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변수값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엉뚱한 가격으로 3만 7천건의 매물을 쏟아냈고, 이 한 번의 주문실수로 463억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주문 실수 건수 3만6000여건, 거래 상대사 46개사, 피해금액 460억원대."
전날(12일) 한맥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옵션 주문 실수 내용이다. 어지간하면 대규모의 옵션 주문 실수는 주문 이전으로 돌려주는 것이 ‘관례’지만, 전날의 거래는 워낙 많은 주문이 나온 데다 거래 상대방이 대부분 외국인이었던지라 한맥투자증권의 ‘읍소’는 소용이 없었다. 한맥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에 증권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 주문을 물어달라고 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직원이 실수로 낸 주문 탓에 한맥은 460억원대 손실을 입고, 2014년 2월 파산했다고 합니다..
다들 주문 하실 때 주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