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Arrival (드니 빌뇌브, 2017)에는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이 등장한다. 이 가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즉 언어가 우리가 사람과 사물, 사태 등을 이해하는 방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작중에는 ‘언어’였지만, 비단 언어뿐이랴. 영화에서 언어와 연결된 ‘시간’도 그러하고, ‘존재’, ‘진리’, ‘인간’, ‘정의’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은연중,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이해하고 사용하는 모든 인문학의 근본 개념들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근본개념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여타 우리의 사고를 좌우한다.
철학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철학이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수많은 근본 개념들에 대해 묻고 다시 이해하고 달리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현재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눈 뜨게 되고 획일적이었던 일상을 다양하게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세계는 다양한 세계가 되고, 흑백의 시야는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로운 빛으로 빛나게 된다. 사람들이 철학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영화에서 느꼈던 것처럼 시간과 영원이라는 관점을 통해 삶을 달리 이해해볼 수 있다고 느꼈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을 새로이 보게 만들어 줄 또 하나의 근본개념을 찾아보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