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문,한정문을 쓰지 않는 것 - 내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지만 니가 기분 나쁘다니까 사과해 줄게의 의미일 수 밖에 없음.
오해라는 말을 쓰지 말 것 - 이 역시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내 뜻을 오해한 니가 잘못이지만 마음 넓은 내가 사과해줄께라는 의미가 될 수 밖에 없음.
상대방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말 것 - 용서할지 말지, 이해할 지 말지는 사과를 받는 쪽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사과를 하겠다면서 감히 이해하라고 하는건 사과하겠다는게 아니라 용서나 이해를 받겠다는 말임. 결국 잘못한게 없다는 의미.
이게 기본 오브 더 기본. 이 기본조차도 못 지키는 인간이 너무 많다. 잘못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과문에서 진짜 됨됨이가 나오는 법이다. 사과문을 쓰는 주제에 억울하다는 마음을 가지니까 사과문이 망하는거.
사과문에 들어가야 할 것은 조건문, 한정문 오해가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확히 쓰고,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본 상대에게 사과하고, 본인이 어떤 식으로 죄값을 치룰 것인지를 쓰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킨 사과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내가 평생 본 사과문 중엔 호란이가 썼던 사과문이 가장 훌륭한 사과문이었다. 앞으로 사과문 쓰려는 사람들은 호란이가 쓴 글 보고 참고할 것. 우스운 건 정작 호란이는 사정을 설명하자면 설명할 것 투성이였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사과문을 올렸다. 나는 원래도 호란이를 참 좋아했지만, 사과문을 본 후에는 존경심을 갖게되었다. 시간도 좀 지났으니 올해쯤엔 컴백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