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눈이 오는 날 눈 치우라고 해서 삽질을 해봐야 계속 눈이 와서 쌓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래서 쓸모없는 짓을 할 때 삽질한다고 말한다.
군대에서 눈오는 날 삽질을 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짓을 하라고 지시한 중대장이나 중대장에게 일을 시켰을 대대장,연대장,사단장이 아니라 삽질 제대로 안하고 땡땡이 치는 박병장이나 일하는 척만 하고 있는 박상병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자신은 몇천억 짜리 자가용 비행기를 타면서 임금 백억을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는 정몽구가 아니라 자신 옆에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동료들을 미워한다.
자신만 군대를 가서 뺑이를 치며 허송세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여성들에 비해 형편없는 사회적 대우를 받는 구조를 만든 재벌과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기득권층의 꼰대가 아니라 자신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것처럼 보이는), 실제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동년배 여성들을 미워한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진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그저 눈앞의 사소한 불이익과 부당함에 매달린다. 그러는 사이 문제의 진짜 책임자는 유유히 우리 옆을 지나가면서 웃는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뭘 모른다며 욕하고, 젊은이들은 노인들때문에 자신들의 삶이 이렇게 됐다고 탓한다. 남자들은 여성들에 비해 차별받았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핍박받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모순되는 인식이 모두 사실이지만 우리는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우리는 나도 너도 이런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나의 한계는 극복하려고, 상대의 한계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자세 없이는 가까이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처놓은 남녀와 노소라는 그물에, 멀리는 박정희가 처놓은 지역주의라는 그물을 뚫고 나갈 수 없다.
내가 제일 미워하고 있는 누군가가 실은 내 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