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대입시 할 때 올라왔으니까 서울에 온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 동안 학교따라 형편따라 회사따라 여러번 이사했다. 여러 동네 여러 집을 거쳤다. 입시 때 홍대앞을 시작으로 군자, 회기동, 하계동, 후암동, 방배동...언제 이동할지 모르고 집이 크지 않으니 물건이 늘어난다 싶으면 정리했고 갯수도 줄였다. 장식품같은 것은 사지 않는다. 용도가 딱히 없는 물건중에 아직 정리하지 못한게 있다면 오래된 사진들뿐이다. 그나마도 앨범은 무거워서 버려버렸고 사진만 다 빼서 한 박스에 넣어놨다. 책도 다 읽으면 일기장이든 블로그에든 기록을 남기고 정리해버린다. 옷도 화장품도 가방도 나에게는 소모품이다. 적당한 것을 골라 사용하다가 닳으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면 그만이다. 그러다보니 매년 비슷한 아이템을 사는 것 같다. 휴지가 떨어지면 휴지를 사듯이 단색의 운동화, 스트라이프 셔츠와 티셔츠, 슬랙스바지, 청바지. 대신 스탠드, 키보드, 컴퓨터같이 소모가 느린 제품은 좀 더 주더라도 마음에 드는걸 산다. 그나마 오래 볼 사이니까. 미니멀리즘에 부합하는 삶일지도…청빈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우리집에는 물건이 별로 없다.
Drug - ideaded
제가 요새 빠진 곡이에요. 오늘의 BGM으로 추천..!
어느 날 집을 둘러보며 깨달았는데 물건수도 적을뿐만 아니라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이 없음에 놀랐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 정을 준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일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다소 냉소적인 태도와 메말라가는 삶의 의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집도 몇 년 머물다 떠날 곳인라 생각했고 내게는 세상도 사람도 그랬다. 서울에 와서 온전히 마음 주었던 사람이 몇 안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건 이사를 많이 한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언제 내 집이라고 여겨지는 집을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집을 사야지만 그렇게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것은 하나도 소유하고 싶지 않지만 집만큼은 소유하고 싶다. 마음을 펑펑 쏟을 수 있는 집. 계절마다 커튼을 만들어 달아주고, 식물을 기르고 싶은 집.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친구들을 불러모으고 수다를 떨며 음식을 나눠먹을 그런집.
서울에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방인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향인 대전에 가면 다를까 싶지만 그 곳도 많이 변해서 고향같지않고 낯설다. 붕 뜬 기분이다. 서울은 그런곳이 아닐까 싶다. 나같은 이방인들이 여럿 모여 사는 곳. 10년 이상 살면 정이 붙을줄 알았는데 여전히 낯설 때가 많다. 내 기억속의 마지막 안식처는 고등학교때까지 살았던 아파트다.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샀던 아파트. 집안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그 집을 팔아야했을 때, 그 때부터 나는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이방인의 마음을 가지게 된 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지하철 역에서 지나가시던 아줌마가 길을 물었다.
아줌마 : “아가씨, 길 좀 물을게. 강감찬생가터 어디있는지 알아요?”
나 : “낙성대 공원 말씀하시는거에요? 흠..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아줌마 : “아~여기사람 아니구나? 누구한테 물어봐야하나~"
여기사람 아니구나?라는 말이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텅 빈 가슴을 훵 하고 뚫고 지나갔다. 그럼 나는 어디사람일까.
지금 있는 집의 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슬슬 집을 알아볼 시기가 되었다. 지금 있는 집도 가격에 비해서는 괜찮은 집이었다. 2호선 지하철 역과 가깝고, 창문을 열면 달이 잘 보여서 달을 보며 글을 쓸 수 있는게 좋았다. 계약을 연장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이상하게도 익숙해질때쯤 이사를 해야 할 이유가 꼭 생긴다. 이번엔 찾을 수 있을까. 마음붙이고 살 집과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동네를.
어쩌면 삶이라는건 이방인으로 태어나 정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태어나 떠돌다 사람을 만나고 살아갈 집을 찾아 정착하는 것. 그게 혹시 나에게는 해외는 아닐까 싶어서 여행도 다녀봤지만,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찾지는 못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었다면 암스테르담과 니스해변 노르웨이의 트롬소. 아름다운 풍경속에 잠시 머물다 오면 될만한 곳들이다. 산다는 것은 다른거니까.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적이 있는데, 사람은 애착을 가진 대상이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게 반려견이든 식물이든 가족이든 연인이든간에. 지켜주고 싶고 투닥거리더라도 부대끼며 살아가고 싶은 애착이 있는 대상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나에게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일 것이다. 공간으로 따지자면 가슴과 머리에 있는 단어들을 끄집어내 늘어놓은 이 디지털 공간이다. 손에 닿지 않는 둥둥 떠다니는 곳이 라는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정확히는 블로그에 글을 썼던 시간들이다. 누런 주광빛 스탠드만 켜고 커피한잔 내려서 좋아하는 키보드를 눌러 문장을 만들어 내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내 세계를 만들어 준 것 같고, 세상에 작은 애착을 가지게 해 주었다. 유일하게 애착을 가진 공간이니까 블로그만은 이사가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만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오고 좋은 사람들을 불러모을 그런 집을.
This post is an essay on my life in Seoul. I wrote down my thoughts about the house for living. To Buy a house in Seoul is difficult for a young generation because too expensive. In Seoul, people who cannot afford to buy a house will move around a lot. And they are gradually becoming stran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