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계에도 출판계에도 문학판에도 온갖 사기가 횡행한다. 요즘은 대체의학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기 역시 오래된 고집(권위)이 무너지며 체제 내부의 의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틈을 타 온갖 사기가 횡행한다. 사기는 시스템이 붕괴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습관을 버렸기 때문이다. 원리와 원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조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는다. 오랫동안 엘리트의 권위에 매달려 살아온 탓이다. 그래야 한다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엘리트주의에 그토록 당해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특히 문학판이 슬픈 것은 오래된 권위를 바탕으로 고집스러운 독서에만 매달린 유명 평론가들조차 자기가 갇힌 곳이 좁은 우물 안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리즈 시절의 기억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리즈 시절을 잊지 않으면 새로움도 없다. 변화도 없다. 그렇다면 죽은 것이다. 죽음을 애도한다.
인문학이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이다. 지식 공부가 아니다. 수만권의 독서라거나 하루아침에 글을 잘 쓰게 만들어준다거나, 유명한 천재(?)들이나 대단한 권위를 빌어 '방법'을 말하는 것들은 다 의심스럽다.
얼마 전에 목수정의 책,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을 인용했듯이 계급장 떼고 맞붙을 수 있는 문화가 그립다. 아직 어디에서나 계급장이 말을 하는 이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