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14] “성묘하러 가는 길” /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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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하러 가는 길

오장환






솔잎이 모두 타는 칙한 더위에


아버님 산소로 가는 산길은


붉은 흙이 옷에 배는 강팍한 땅이었노라.





아 이곳에 새로운 길터를 닦고


그 위에 자갈을 져나르는 인부들


매미소리, 풀기운조차 없는 산등성이에


고향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일까.





깊은 골에 남포소리, 산을 울리고


거칠은 동네 앞엔


예전부터 굴러 있는 송덕비.





아버님이여


이런 곳에


님이 두고 가신 주검의 자는 무덤은


아무도 헤아리지 아니하는 황토산에, 나의 가슴에……





무엇을 아뢰이러 찾아왔는가,


개굴창이 모두 타는 가뭄더위에


성묘하러 가는 길은 팍팍한 산길이노라.


| 창작일자: 1946.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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