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약간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내가 바로 대인배 올시다'라는 마인드로 얼마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해본다.
이 동네는 골목이 꽤나 많아서
밤에 여자 혼자 다니기 살짝 불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간간히 하던 찰나
얼마 전 일이다.
대략 내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내 바로 앞 약 20m 부근에 슈퍼에서
어떤 여자분이 나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밤길이고, 가로등이 어두운 골목길이고 하니
좀 천천히 걸어야겠군 하고 천천히 걷다가
그러던 와중 양갈래길이 나왔다.
두 길 어느 곳으로 가도 집에 갈 수 있으나
집에 갈 수 있는 좀 더 가까운 쪽으로 앞에 가던 여자분이 가시기에
아, 그냥 돌아서 가자.
그쪽은 더 어두운 골목길이니 뒤에 누군가 쫓아가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다른쪽 길로 돌아서 갔다.
어차피 어디로 가던 만나는 골목길이기에 별 생각 없이
담배도 하나 꺼내어 물고 슬슬 걷고 있는데
불쑥 나타나는 그림자
아까 그 여자다.
슬슬 귀찮아지기도 하고
저 여자는 뭐이리 발걸음이 느린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앞질러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배려했는데,
우리집도 얼마 안남았고.
그냥 천천히 걷자 싶어서
포기했다.
약 1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한 30걸음쯤 걸었을까
바로 코너를 돌면 우리집인데,
그 코너 앞에서
내 앞에 걸어가던 그 여자,
전화가 걸려왔는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
바로 코너만 돌면 우리집인데.
뭐 그냥 지나가자.
하는 마음에 살짝 발걸음에 스피드를 붙여서 걸었다.
그런데
그 여자 앞을 지나갈 때였다.
"아악!"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나... 그냥 걸었을 뿐인데..
나...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보다 더 억울했던건
계속 보지 못했던 그 여자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다.
괜히 화가 났었던 퇴근길이었다.
+)
누군가 뒤에서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차라리 빨리 걸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