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의 이론과 실제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와, 멋지다", "가정적이다" 등등 좋게 봐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육아와 재택근무를 함께 한다는 것은 하나도 멋지지 않다. 우선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육아도 업무도 엉망이 돼버린다. 사실 아직도 둘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나의 계획은 매일 저녁 7시 아내가 퇴근하면 함께 저녁을 먹고 아기를 씻기고,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면 9시 쯤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럼 나는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5시간 일하고, 하루 업무시간을 8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부족한 3시간 X 5일 = 15시간은 주말에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재택근무 얼리버드형 VS 올빼미형 큼이아빠 하루일과표
그러나 실제로는 아내의 퇴근이 일정하지 않았고, 아기가 잠드는 시간 또한 대중없었다. 어느 땐 밤 12시가 될 때 까지 안 잘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아기를 내팽개쳐두고 앉아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정해진 업무시간을 제대로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주말에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일할 시간이 부족했다. 못 다한 업무가 쌓이고 일은 계속 밀려갔다.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감에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말 하루하루 힘겹게 버틴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물론 재택근무는 장점이 아주 많다. 문제는 육아와 함께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부족한 업무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집착했다.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만 앞서고 실제로는 조급함 때문에 그나마 있는 업무시간 마저 잡아먹을 때가 많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일까, 그나마 지금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그냥 해야 할 일들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부족하게 일을 한 만큼 다음에 다른 동료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채워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책감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고맙게도 동료들은 그런 나를 이해해주었지만, 거래처 사람들에게까지 이해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육아 때문에 평일 미팅은 어렵다거나, 아기를 데리고 미팅을 간다거나 하는 일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엔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잘해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기한테도 제대로 집중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새벽에는 졸음을 쫓으면서 일하다보니 실수하지나 않을까 걱정 된다. 종종 삶의 무게를 느끼면 다들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덧,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부부 둘 중 한 명만 일을 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엄마가 아기를 온전히 기를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세상은 이상하다. 적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고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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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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