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직접 육아를 하다 보니, 혹시 아기가 엄마보다 아빠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기가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 라는 말을 먼저 배울까봐 걱정이었다. 안 그래도 아기를 두고 출근하느라 속상한 엄마인데 아기가 아빠랑 지내서 ‘아빠’를 먼저 말한다고 생각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큼이는 ‘엄마’를 먼저 말했다. 그 이후로도 쭈욱 엄마를 찾는다.
물론 ‘아빠’라는 단어도 금방 말하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수시로 말하는 반면에 ‘아빠’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아빠가 먹을 것을 들고 있을 때는 단호하게 "아빠" 하고 부른다.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한테는 별일 없이도 자주 전화하지만, 아버지한테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하는 것 같다. (심지어 호칭도 엄마는 ‘엄마’고 아빠는 ‘아버지’다.)
아빠 육아를 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아빠는 절대 엄마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당연하지, 엄마 배 속에서 10달 동안 함께 있었는데 아기와 엄마는 한 몸이었잖아요." 라고 말한다. 아내말대로 아기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고 대신 아빠와는 다른 교감을 나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아기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100% 아빠가 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말하고 나니 조금 슬프다. 그동안 아빠와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니? ㅠㅠ)
아기의 사랑스러움이 더해갈수록 더욱 부모님 생각이 난다. 요즘은 부쩍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아기가 자라면서 점점 부모님과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그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일을 하느라, 아기를 보느라 부모님을 찾아뵐 여유가 없고, 분가를 하고 거리가 멀어진 후로는 어쩌다 한번 가는 것도 일이 되었다.
아버지는 줄곧 3층집을 지어서 1층 부모님, 2층 형네 가족, 3층은 우리 가족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세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아직까진 부모님이 젊고 건강하시지만 이따금씩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간이라는 건 지나고 나면 짧게 느껴지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자주 뵙고,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평생을 미용실을 하셨는데, 언제나 손수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셨던 기억이 머릿속에 깊게 남아있다. 그래서 종종 다른 사람 손에 이발을 할 때면 '엄마가 안 계시면 머리카락 자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겠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렇게 글 쓰면서도 정작 전화 한 통 못하는 못난 아들이라서 죄송스럽다. 마음먹은 김에 오늘은 꼭 전화를 드려야겠다.
덧. 언젠가 이별의 시간이 오더라도 그동안 못한 것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는 동안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부모님께도, 아내에게도, 큼이에게도.
덧. “늦든 빠르든 우리는 언젠가 고아가 된다. 내 머리 위를 받치고 있던 커다란 우산이 순식간에 거두어지고,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비와 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그것이 부모를 잃는 경험 아닐까.” 한설희 <엄마 사라지지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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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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