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떡밥 : ICE BUCKET CHALLENGE에 대한 소고

koreauniv(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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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bucketChallange

2014년 8월 경인가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한창 열풍일 때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하하핳 나만 그럴 수 없으니 올려봅니다.

어릴 때라 글 솜씨가 아주 별로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글은 나의 자식 같은 놈이라, 되돌릴 수 없답니다

슬랙티비즘(Slacktivism)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공유, 프로필 사진 바꾸기 등 온라인의 간단한 행위를 통해, 본인이 마치 사회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을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언뜻 맞는 이야기인 것도 같습니다. SNS는 어떤 정보들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데에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결국 이를 실질적인 사회 운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고민과 실천은 언제나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1 like = $1 donate 같은 글이 불과 반년전까지만 해도 이 텅빈 공간을 수없이 떠돌아다녔던 것의 근원에는, 그런 우리의 편의적인 마인드가 존재합니다. 클릭 1번으로 1달러를 기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우아하고 편리합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노력과 비용들을 감수해야 합니다. 세상 모든 변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들이 존재합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일종의 게임으로서 명시적인 대가를 요구합니다. 선택받은 우리는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 써보든지, 아니면 ALS에 100달러를 기부하는 선택을 해야합니다. 온라인에는 제가 며칠전에 예견했던 것처럼 역시나 이에 대해 아웅다웅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기대와 완벽히 일치해서 기쁩니다! "ㅉㅉ 루게릭병이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혹은 "관심받고 싶어 안달난 것들 ㅉㅉ" 같은 류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분 중 적지 않은 수가 참여자들을 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영상을 눌러 기부나 이 캠페인의 취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심하게 말하면 친목질 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들락날락하며 마주치는 수많은 영상들처럼, 우리 대부분은 온갖 유명인들이 물벼락맞는 영상에 한껏 웃고 지나칩니다. 이 유행도 스쳐가며 곧 우리 머릿속에서 금방 잊혀질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다른 사회 운동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단 한가지 지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지목된 사람이 강제로-안하고자 하면 그만이지만!- 참여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편리한 사회 참여만을 쫓았던 우리는, 이제 생각지도 않은 물벼락과 기부 행위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멋있게 물벼락을 맞을 지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고, 누구를 다음에 지목할 지 고민할 수도 있고, ALS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알아보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이 당신의 참여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물벼락이나 고작 100달러 따위가 아닙니다. 바로 고민하는 행동 그 자체입니다. 이 지구에 어떤 문제에 처한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고,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그런 둘도없는 진귀한 기회를 우리에게 선사해 줍니다.

세상 모든 변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들이 존재합니다. 나름 사회 참여를 많이 한다 자부하고 있지만, 이번 지목을 통해 저는 또다른 고민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월드비전 등 몇몇 구호단체에 하는 기부는 알고보니 개개인에게 전달이 안되고 사회 권력층에만 전달되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 개인이 운영하는 기부단체는 그 기금이 정확히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실상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 내가 더 가진 것들을 내놓는 데에도 그 용도를 정확히하고 감시하는 등, 어느정도의 책임의식이 필요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왔지요. 여기 참여하는 모두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 "나는 왜 기부를 하고자 하는가?" 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를터이니 마음 속에 간직해둡시다.

결국 이 게임의 의미 또한 사실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그저 온라인 세상에 나의 마음 따뜻함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해도,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고 싶었다 해도 그건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기부를 꼭 ALS에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게임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어디에 기부하는 지는 그리 상관없었습니다. 아니면 애초에 기부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이 지구에 어떤 문제에 처한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고민하는 일 자체에는 얼음물도 계좌이체도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그 둘보다도 훨씬 어려울거라 확신합니다. 머리 갑자기 많이 쓰면 쥐나거든요.

지목을 받아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 다음 지목 상대는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입니다. 어차피 전 룰 같은 거 별로 관심 없는 거 아시죠? 인터넷 검색도 좋고, 기부도 좋고, 책도 좋고, 뉴스도 좋으니 저 멀리 앞만 보던 시선을 잠시 거두어, 한번 주위를 둘러볼 것을 제안드립니다. 기한은 없습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데에 기한 같은게 있을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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