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도대체 비트코인이 무슨 가치가 있는 거냐고 물어왔다. 정부가 화폐를 통제하고 싶어할 것이며, 가치가 급등급락하는 비트코인의 특성으로 봤을 때 이게 어떻게 화폐를 대체하겠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통화에서 얘기했던 답변을 다시 생각해보며 글을 적어본다.
비트코인은 기축 통화(FIAT)를 대신할 수 있을까?
우선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를 생각했을 때,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이 될 확률은 희박해보인다. 비트코인은 전송속도가 심각하게 느리며 (최소 30분), 2 Factor-Authentication을 하지 않는 한 private key가 털리는 순간 위험해지고, 그렇다고 cold wallet에 두기에는 사용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태환성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수수료도 너무 비싸다(현재 기준 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은 여러 코인과 토큰 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한다.
만약 정말 해외 송금을 위해 비트코인을 산다면 수 초 안에 (물론 최근은 아니지만..) 전송이 되는 리플을,
만약 저렴한 송금 수수료를 원한다면 수수료 0원의 IOTA를,
만약 금처럼 자산의 태환성을 보장받고 싶으면 1달러 언저리였을 때 스팀달러를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전송 속도도 느리고, 수수료도 비싸고, 스마트 컨트랙트 등 dApp을 만들 수도 없는 비트코인이 계속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알트코인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투기성 목적을 제외한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사실 알트코인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마침 테더도 불안불안한 판국이라, 당분간 적어도 세계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알트코인 구매를 위한 기축통화로 굳건한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알트코인들을 보면 사실 상 주식에 가깝다. 기존의 우리가 사용하던 포인트 시스템이 주식화되어 거래된다고 봐도 크게 차이점이 없다.
데이팅 앱에서 자주 보이던 하트는 매치풀의 Guppy로,
AWS, Azure에서 쓰던 포인트는 Sia, Golem으로,
온라인 카지노의 게임머니는 Edgeless로,
다양한 프로젝트의 주식 역할을 하는 알트코인
기존의 IT서비스들에서 흔히 쓰이던 포인트들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또는 알트코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나중에 글에서 다루겠지만 알트코인들 중에는 실질적 가치와 블록체인에서의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꽤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비트코인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들어봤을 때 비트코인이 0원이 아니라 1원인 근거로서는 충분히 기능하지만, 2000만원일 이유로는 충분히 기능하지 않는 듯 하다. 지금의 논리들로는 2000만원일 이유나 2000원일 이유나 같다.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보유한 사람들은 불안한 심리 때문에 이 거품을 정당화하는 여러 논리를 찾고 만들어내지만, 사실 거품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거품임을 인정하고, 곧 닥쳐올지 모를 추운 겨울을 상상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