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국 경제
한국은 못 사는 나라였다. 이제야 인구 5천만이 된 자원빈국은, 한 나라의 경제를 결정 짓는 노동력, 시장, 자원 등 요인이 아주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우연히’도 세계를 가장 격렬하게 양분하는 두 이념이 한반도에서 부딪히고, 공산주의를 틀어막기 위한 미국의 원조를 독재 정권이 아주 자연스럽게 수출지향형 공업에 토스하면서, 중공업으로 나라 경제가 성장하게 되었다. 이게 90년도 정도까지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나 다 알듯이, 중국이 조선/철강/전자/부품 등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5년 전 쯤에는 우리가 일본/미국 등의 높은 퀄리티 제품과 중국의 저가 제품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껴있다는 말이 나왔고 우리가 한동안은 가성비로 승부했는데, 요즘은 중국이 vivo, haier, xiaomi 등 가성비마저 우리를 제치고 있다. (조선은 이미 무너졌다) 뭐 아무튼 삼성(전자제품), LG(전자제품), SK(내수=석유/통신사), 현대(=자동차), 포스코(=철강), 두산(=중공업) 등이 다같이 사이좋게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라, 기업에 다닌다면 사원부터 임원까지 불안해하지 않는 직장인이 없다.
헬이 되어가는 경제
경제가 불안하니 기업은 겨울을 대비해 비용 구조 유연화한다고 정규직을 축소하고 채용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도 권고사직하니 그간 유연하지 않았던 노동시장의 노동인구들은 배운게 오래 다닌 회사 내의 일이어서 퇴직 후의 계획을 세우기 아주아주 불안하다. 퇴직 후 제 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직장 다니는 동안 자기계발이나 퇴사 준비, 창업 계획, 부업 등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2명이 할 일을 1명에게 야근 시키는 문화의 한국 기업에서 그럴 여유는 없고, 결국 노동 수익보다 임대 수익, 자본 수익 등을 노리게 된다.
주식도 안올라…
직장인들 사이에선 재테크는 항상 뜨거운 감자인데, 자본 수익은 결국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high risk, high return이라 자신의 위험 감수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게 된다. 안전하게 예금자 보호되는 범위의 적금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위험 군에 투자하는 수요도 분명 많이 존재하는데, 지금까지 그러한 고 위험군 자산이 주식이었다. 그런데 주식들이 위험한 건 똑같은데 수익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갈 곳 잃은 고위험군 자산이 해외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던 찰나에 코인 시장이 혜성처럼 떠올랐다.
어디가지
꼭 고위험군에 투자하던 사람들이나 돈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돈은 갈 곳을 잃었는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건 정말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주식하기는 공부할 여력이 없고, 펀드하기는 무섭고 수수료도 너무 세니까 어떡하지… 하는 돈들을 받아먹는 중금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8퍼센트, 어니스트펀드, 렌딧 같은 P2P대출과, 와디즈, 크라우디 등의 덕투일치 크라우드펀딩, 테라펀딩 같은 부동산 담보부 P2P 대출과 쿼터백, 파운트, 에임 등 로보어드바이저도 등장했다. 하지만 P2P 대출은 시장이 커지면서 채권 부실화 경향이 심해졌고, 여러 채권 중 하나라도 부도가 나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되어 많은 분노를 샀다.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성공사례가 미미하고 얼리어답터를 위한 신기한 제품 쇼핑몰화 되어가고, 로보어드바이저는 글로벌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인덱스 펀드 대비 엄청난 매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결국 중금리 시장에서도 돈들은 갈 곳을 잃었다.
아파트나 임대형 부동산을 사기에는 적은, 하지만 은행에 넣어놓기에는 아쉬운 이 다수의 쌈짓돈-여유 자금들이 17년도에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들어가기 쉽고, 배우기 쉽고, (지금까지는) 수익률이 높은 코인 시장을 만나게 되면서 엄청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