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에 대해 아십니까? 행위에 금전적 보상과 같은 외적 인센티브가 내적 동기를 해치는 현상을 과잉정당화 효과라 합니다. 아마, 정확한 용어는 생소하시더라도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을겁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동들에게 외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더니 내적 동기가 줄어들어, 더 이상 외적 인센티브 없이는 그림 그리는걸 즐기지 않게 되었다는 실험입니다.
한국 커뮤니티는 질적, 양적으로 분명히 약해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리 떠나가는 이들을, "근성이 없다"고 평하곤 합니다. "글만 써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팀잇에 와서, 버티지 못 하고 떠나가는 이들은 커뮤니티에 꼭 필요한 이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동시에 "글만 써서 보상 받을 수 있는"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대단하냐고도 합니다. 저는 "글만 써서"라는 생각이 있기에 버티지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과잉정당화 효과가 적용된 결과 중 하나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내적동기가, 외적동기를 이겨내지 못 한 순간, 지속성을 완전히 잃어버립니다.
쉬운 일에는 확고한 내적동기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가볍게 가지고, 그저 글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내적 동기가 강할 수 없습니다. 글은 자식이며, 자신의 분신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타인에게 내비치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어려워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글쓰기가 어렵고, 부담이 크다면 어떻게 이를 버틸 수 있겠냐는 생각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쉬움과 재미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어려운 일에 큰 성취감을 느끼듯, 어려운 일에서 오는 재미는 쉬운 일에서 오는 재미와 다릅니다. 오히려 쉬운 일은 쉽게 질린다고 하지요. 그래서 글쓰기는 어려워야합니다. 이는 전문적인 글을, 긴 시간에 걸쳐 써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의 길이, 투자하는 시간과 관계 없이 자신의 창작물을 대하는 태도를 진중하게 취하십시오.
이 글은 사실 정신적 자위입니다. 나는 스팀잇에 와서 가입인사를 쓴 순간부터 비주류, 인기 없는 작가였습니다. 조회수도 낮고, 댓글도 적었습니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글을 쓰고 포스트하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조회수가 3이더군요. 그 시점에 본 글 하나를 요약하면, "뉴비이며 스팀을 구매하지는 않은 우리에게도 관심을 달라"는 글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글을 하루에 2~3개씩 썼는데 꾸준히 내가 받는 것의 10배의 댓글, 3배의 보팅액을 가지고 있더군요. 나보다 가입은 늦었던 사람입니다. 조금 신기했습니다. 그 "우리"에 저는 포함되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 사람은 결국 떠났습니다. 나는 남아있습니다.
저는 내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강제가 아닌, 내가 택한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존에 활동하던 더 많은 독자들이 있던 플랫폼을 그만두고 스팀잇에 전념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나 자신이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으로서의 스팀잇의 장점을 보았기에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는 결정을 한 것도 나 자신이었습니다. 이 주제로 맹점을 넘어; 창작자와 소비자의 결합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네요. 이 외에도 다양하게 여러번 스팀잇 플랫폼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은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글을 써내는 것도 창작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줄이고 피상적인 온라인 상호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영혼의 조각을 나누는 것에 스팀잇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저 글을 썼던 당시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찾아냈습니다. 지금 쓰면 더 많은 가능성들을 나열할 수 있겠지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전부 내 결정이라 생각하니 여러가지로 자유로웠습니다. 보상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며, 보상에 대한 압박감에서 자유로우니 작정하고 뻘글을 쓰는 것도 훨씬 수월했습니다. 뻘글 쓰고 싶으면 디클라인 걸어놓고 썼습니다. 팔로워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한 글을 3~4번 읽고도 "댓글을 못 달겠네..."하면서 그냥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kr-market을 공격하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사실 가입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뮤트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번 논쟁을 했습니다. 보상을 생각했다면 스팀파워가 높은 이들와 다투지 않았겠지만, 글쓰기가 오롯이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시작하면 주변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렇다고 떠나거나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나처럼 버티라", "글쓰기를 즐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 웅장한 뻘글을 썼습니다. 즉흥적으로 손가락에 맡기다보니,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를 또 미루고 말았네요. 예고를 하고 글을 쓰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을거라 믿고 내일 주제를 미리 알립니다. 내일은 "모순된 행복"이라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