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벽에 활동하면서 kr-morning 태그를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어져 오늘 처음으로 kr-morning을 이용합니다. 그러고보니 kr-travel 태그도 처음이군요.
막연히 '동해부터 서해까지 걸어가보자'는 생각에 도보여행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성취하고자 하는 바도 없었습니다. 그저 걷는걸 싫어하진 않고, 바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도에 대략적으로 표시한 것처럼 포항에서 시작해서 서천까지 이어진 여정입니다. 텐트와 취사도구, 쌀까지 짊어지고 나선 여행길이었고, 시기는 7월 중순쯤이었던가요?
덥기도 더웠고 장마도 겹쳐 일과를 마치고 양말을 벗으려는데 젖어서 퉁퉁 불어난 피부가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양말에 붙어서 굳어버려 벗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벗고 보니 양말이 딱딱하더군요. 장마전선을 살짝 앞질러 이동해서 이정도로 젖은 적은 한번 밖에 없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계속 장마전선보다 반나절 앞서서 이동했는데 서천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마을 정자가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이 불어났더군요. 바다를 보겠다고 나섰지만 포항에서도, 서천에서도 바다를 잔잔히 살펴본 적은 없습니다.
다양한 기억이 있긴 합니다. 사진도 없고, 발 닿는데로 움직이다보니 특별한 여행지에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시골 정자에서 쉬고 있다 마을회관 어르신들에게 수육을 얻어먹은 적도 있고, 대전에서 어떤 아주머니에게 밥을 얻어먹은 적도 있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소소한 기억들이, 내 여행을 증명하는 것 같네요.
기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찢어진 티셔츠 한장에 목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배낭은 없이 목에 침낭 하나만 걸고 다니는 남자였습니다. 그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행선지를 묻더군요. 서천으로 향한다 하였더니 동행해도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이틀간 행선지가 겹쳐 동행하며 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알고보니 동갑이었는데, 그 친구는 평소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 싶었더니 지갑은 있답니다. 휴대폰도 없고, 배낭도 없이 침낭과 지갑만으로 남한을 전부 돌아보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아마 글로는 그 파격적인 차림새를 온전히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찢어진 흰색 티셔츠에 목검을 짚고 목에 침낭을 메고 있는 모습은 굉장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상경하는 행인들이 생각나는군요. 지나가다 마주쳐서 길동무가 되고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특별한 연락 수단도 없어 꽤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도 다시는 만나지 않고. 목숨을 위협하는 맹수도 없고, 산적도 없고, 수시로 마을이 있어 식료품을 보충할 수도 있었으니 훨씬 편하게 지낸 것은 분명하지만 느낌을 갖는건 자유니까요. 사실 제가 사는 곳을 지나갈 때 연락 하겠다며 휴대폰 번호를 얻어가긴 했는데 그 친구가 가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마를 해쳐나가는 사이 젖어 찢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그래서 다시 연락이 닿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근력이 약해졌음을 크게 실감합니다. 근력부터 폐활량까지 약해졌으며군살도 많이 붙었습니다. 몇번 글에서도 언급했고, 다른 분들에게 댓글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건 아마, 더워서 잠시도 밖에 있기 싫다는 생각을 하다, '어찌 이 더위에 그런 강행군을 했을까'한 것이 처음입니다. 어제는 '만약 날씨가 서늘하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는 글쓰기를 마치고 가볍게 뛰고 들어왔습니다. 거리도 짧고 오래 뛴 것도 아니며 고작 노트북과 책이 들어있는 배낭은 그 때의 배낭에 비하면 짐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더군요. 그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에 뛰고 왔습니다.
증거로 사진 한장 첨부합니다. 날짜도 없고, 내 사진이라는 증거도 없지만 아무튼 믿으세요. 앞으로는 매일 이정도는 다시 뛰며 건강을 회복해야겠습니다.
아! 산책로에서 웃옷을 벗고 달리는 분도 계셨습니다. 탄탄한 몸에서 나온 자신감이었을까요?
글을 쓰다보니, 포항, 바다, 기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연이 또 하나 생각이 나 다음에 소개할까 합니다. 포스트를 누르기 전에 몇번 다시 읽어보았지만 더럽게 재미 없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