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팩트'에 취약한 대중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해당 글에서 근거로 제시한 실험을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실험은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실험이므로 흐지부지 넘어가기는 아까워 이렇게 다시 글을 씁니다.
해당 실험에서는 피험자를 3개 그룹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각각 일반인, 학생, 전문가로 분류된 피험자들에게 심리적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시합니다. 설명은 각각 좋은 설명, 나쁜 설명으로 분류되는데 좋은 설명이란 전문가들의 해당 현상에 대한 설명이며 나쁜 설명이란 해당 현상을 그저 재진술(Restatement)한 설명입니다. 순환 오류를 지닌 설명이지요. 그리고 각 설명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합니다.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 설명에 신경과학적 정보를 추가하고 그 설명에 대한 만족도를 신경과학적 정보가 없는 설명과 비교하는 것에 있습니다. 실제 실험에 사용된 설명을 살펴볼까요?
| Good Explanation | Bad Explanation | |
|---|---|---|
| Without Neuroscience | The researchers claim that this “curse” happens because subjects have trouble switching their point of view to consider what someone else might know, mistakenly projecting their own knowledge onto others. | The researchers claim that this “curse” happens because subjects make more mistakes when they have to judge the knowledge of others. People are much better at judging what they themselves know. |
| With Neuroscience | Brain scans indicate that this “curse” happens because of the frontal lobe brain circuitry known to be involved in self-knowledge. Subjects have trouble switching their point of view to consider what someone else might know, mistakenly projecting their own knowledge onto others. | Brain scans indicate that this “curse” happens because of the frontal lobe brain circuitry known to be involved in self-knowledge. Subjects make more mistakes when they have to judge the knowledge of others. People are much better at judging what they themselves know. |
본 예시는 Curse of Knowledge라는 인지편향에 대한 설명입니다. Curse of Knowledge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남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 가정하는 편향입니다. 좋은 설명은 관점의 전환이 어려우며 자신의 지식을 타인에게 투영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으나, 나쁜 설명은 단순히 Curse of Knowledge가 무엇인지 재진술하고 있습니다.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리 분류된 설명에 신경과학적 정보를 곁들입니다. 표에서 강조된 부분이 이 정보들이며, 전문가들에 의해 설명에 적합하지 않은 정보라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의 만족도를 각각 측정하고, 여기에 잘못된 신경과학적 정보를 첨언했을 때 일어나는 차이를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효과가 각 계층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측정하는 실험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생략하고 실험결과와 분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일반인 그룹(Novice Group)
기존에 살펴보았듯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의 차이는 너무나도 확연하여 일반인도 쉽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는 신경과학적 정보만으로도 나쁜 설명의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거짓정보가 확산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주 짧은 정보의 첨언만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를 보면, 텍스트가 아니라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or functional MRI, 혈류를 측정하여 뇌 활동을 알아보는 도구) 이미지를 첨부하거나 전문가의 권위를 빌리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나쁜 설명의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팩트'에 취약한 대중에서 설명하였듯, 밴드웨건 효과, 확증편향 등의 다양한 심리적 인지편향이 작용하여 나쁜 설명은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지편향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학생 그룹(Student Group) 출처, PMC
학생 그룹이란 인지신경과학개론(Introductory Cognitive Neuroscience)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좋은 설명에도 신경과학적 정보 없이는 낮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나쁜 설명에도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낮은 점수를 주었지요. 하지만 신경과학적 정보가 첨가되고 나서 개선된 정도는 일반인을 상회합니다. 이는 잘못된, 관계 없는 정보라는걸 고려하면 큰 시사점을 남깁니다. 실험은 두 차례에 걸쳐 학기 전, 학기 후에 이루어졌으며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개론 수업을 한 학기 수강한 정도로는 올바른 정보와 그른 정보를 판별할 능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어설픈 앎이 무지보다 위험한 이유를 보여줍니다. 인지신경과학에 관심을 지니고 개론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설명의 타당성보다도 형태와 관계 없이 인지신경과학적 실증에 집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 그룹(Expert Group) 출처, PMC
전문가들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효과적으로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을 분리하였습니다. 단, 전문가인만큼 좋은 설명도 부족하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전문가 그룹에 주목할 점은 부적절한 정보가 첨가된 이후에 좋은 설명에 대한 만족도가 급감한 것에 있습니다. 일반인 그룹, 학생 그룹은 좋은 설명에도 정보가 첨가된 이후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었으나 전문가 그룹은 좋은 설명에 부적절한 정보가 첨가되었더니 만족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전문가 그룹의 실험결과는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인지적 왜곡에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다양한 심리적 오류는 그에 대해 알고 있다면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우리는 거짓일지라도 실증처럼 보이는 정보가 곁들어진 진술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실증을 곁들인 진술을 본다면 해당 진술의 논리적 타당성을 먼저 분석하고 뒷받침 되는 실증의 사실여부와 진술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아 이러한 인지적 왜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길 바랍니다.
Deena Skolnick Weisberg, Frank C. Keil, Joshua Goodstein, Elizabeth Rawson, and Jeremy R. Gray - The seductive allure of neuroscience explanations.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20, 470–477.
좋은 아침입니다. 요즘 설명을 통 불친절하게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재밌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