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카는 아직 말을 거의 하지 못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어머니가 "알아듣긴 다 알아듣는다"고 하실만큼 많아졌다. 신기하게도 이전에 만났을 때 조카는 삼촌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 했지만 이번에는 만나자마자 삼촌이라는 말을 알아듣고 나에게로 왔다. 반복적으로 들어서 이제는 귀에 익었을까? 아니면 눈치가 빨라져서 금새 알아차렸을까? 물론 어느 쪽이던 즐거운 일이다.
그 아이는 내가 식탁에 앉아있으면 의자에 손짓을 한다. 올라오고 싶으니 의자를 꺼내달라는 의미다. 의자를 꺼내주면 올라와 앉는다. 호두과자를 먹던 나는 하나를 조카에게 주었는데, 조카는 내가 준 호두과자를 먹다 말고 상자에서 다른 하나를 꺼내 포장을 벗긴다. 포장을 벗기더니 나에게 내미는데 삼촌은 이제 많이 먹었다고 할머니에게 갖다드리라고 했더니 의자에서 내려가 할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포장을 벗기는 재미에 푹 빠졌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포장을 벗기려 들어서 말리느라 고생이었다. 한번 무언가에 몰두한 아이를 그만두게 하는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말이 늘어남에 따라 궁금함도 늘어날 것이다. 아이들은 궁금한게 참 많다. 바퀴는 왜 동그랗냐고, 눈은 왜 동그랗냐고, 보이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다. 내가, 자주 만나진 않겠지만 만날 때마다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삼촌이길 바란다. 만나면 불편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삼촌이 아니라 즐겁게 말을 붙일 수 있는 삼촌이길 바란다.
사실 그 아이를 이번 주중에 하루 나에게 맡기기로 했었다. 일을 하는 동생을 대신해 손녀를 돌보아 주시는 어머니가 그 아이를 부탁하셨는데, 이번 주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거절했었다. 그러고보면 나는 좋은 삼촌도, 좋은 오빠도, 좋은 아들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을 먹는데 치통이 엄청나게 심했다. 원래 치통이라는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지만, 그래도 너무 뜬금 없이 찾아오니 스트레스성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방법을 생각하며 치과로 갈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도 짧지만 일기를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