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팀잇에 처음 온 시기는 마침 스팀이 폭락하고 스팀잇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였다. 내가 가입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스팀잇은 축제였다고 한다. HF 19 이후 스팀이 폭락하기 직전까지. 당시 글들을 살펴보면 가입인사만 해도 폭발적인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찾아온 침체기에 나는 스팀을 시작했다.
스팀을 시작하며 목표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정신적인 교류, 나에게 스팀잇을 추천한 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기는 그냥 보상을 위해 존재하는 커뮤니티이며 절대로 깊은 교감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기존에 커뮤니티 활동 경력도 길고 블로그 경험도 있었다. 거기서 깊은 정신적 교류를 가진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자신에게도 관심을 요구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내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어가며, 내가 커뮤니티에 올리는 글들의 조회수와 댓글이 늘어가며 무의미한 소통의 요구만이 늘어났다. 자신의 블로그에도 방문해 주기를, 자신의 글에도 댓글을 달아주기만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쓰는 글이 어떤 글인지에는 관심 없다. 나는 그저 자신보다 주목 받는 블로거, 작가일 뿐이며 그들은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가려 했을 뿐이다. 아마 나에게 스팀잇을 추천한 이는 이것이 여기서 반복될 것이라 여긴 모양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괜히 감정이 상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정신적 교감이라는 목표는 굉장히 우스웠다. 당시에는 블로그로 수익을 내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광고배너도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이 그저 소통을 위한 창구였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숫자에 집착하여 영업용 댓글을 다는 사람이 그리도 많았는데 보상이 걸린 스팀잇은 어떠하겠는가? 심하면 심했지, 부족하진 않을 수 밖에 없다. 본문에서 반전을 주었는데 머릿말을 거의 그대로 댓글로 다는 사람도 보았다. 내가 즐겨 읽던 분의 글에도 그처럼 댓글을 달아놓은걸 많이 보았는데 내 글도 아닌데 기분이 팍 상했다. 그 사람은 보상도 많이 받더라. 아마 그 사람과 같이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며칠 전에 스팀잇은 철저하게 스팀파워가 원하는 작가가 남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당시에 스팀파워는 글을 대충 읽고 댓글을 많이 남기는 트랜잭션 생성기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원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꾸준히 내 글을 즐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오만함이 나를 지탱하기도 했다. 숫자 따위가 내 글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는다 여기는 오만이,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더라도 내 글은 가치 있다는 오만이 나를 지탱했다. 오만함은 때로는 눈을 가려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지만 나를 지키는 거대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두번째는 당연히 보상일 것이다. 골방 철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수많은 골방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출판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내 글의 수준을 떠나,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글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 아마 내가 계속해서 출판을 목적으로 한 글을 썼어도 받아줄 출판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스팀잇 활동과 별개로 계속해서 작업하던 원고를 나는 10월 말에 포기했다. 전업 스티미언이 된 순간이다. 2시에 카페에 와서 9시에 집에 간다. 나는 이제 이 활동을 출퇴근이라 부른다. 이제 "글 써서 돈 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비웃겠지. 잠깐 이야기가 샜다. 다시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최초의 목표는 커피와 샌드위치 사먹을 돈이었다. 그 때는 스팀달러를 출금해서 밥을 먹었다며 올린 사진으로 밥값을 훨씬 넘어서는 보상을 받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에게도 쉬울 줄 알았다. 아주 큰 오산이었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이조차도 투덜거릴 일이 아니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글을 쓰다 지쳐 떠난 분들이 많다. 나는 그래도 보유한 암호화폐를 팔아서 밥은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소소하게 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덕에 보상이 서서히 늘어나다가 스팀의 상승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직까지 출금해서 커피를 사먹은 적은 없지만 이제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이제 "커피값이나 벌어야겠다."는 말은 장사꾼의 "손해 보고 파는거에요."와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새로운 뜻을 세워야 한다.
우선은 나같은 골방철학자들과 행운을 나누고 싶다. 시대가 각박하여 요즘은 사색의 가치가 아주 낮아졌다. 인문학 열풍이라지만, 먹기 좋게 해석된 사유를 주입할 뿐이다. 문장이, 표현이 어려울 필요는 없다. 그저 날 것의 사유가 중요하다. 인류 역사에 걸쳐 골방철학자는 고독하게 죽어가거나 현실에 순응하고 통찰력을 잃었다. 스팀잇은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제각각 사유가 없는 사람은 없다. 여러분들 모두 고유하고 소중한 사유를 지니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나도 사실 잘 모른다. 아무튼 그런 작가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시다면 댓글 혹은 스팀챗 kmlee로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 글은 더럽게 재미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스스로도 한심합니다. 그런데 어제 보셨지요? 제가 스팀 만원 가즈앗! 하니까 바로 올랐습니다. 저 신통력 가진 사람입니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