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전에 소개한 여러 기행들처럼 충동에 순응하는 사람입니다. 충동이라 해봐야 대부분이 사소한 충동이라 굳이 거부하지 않고 몸을 맡깁니다. 가령 길을 걷다 갑자기 '이 길로 가기 싫다'는 식의 충동인데 굳이 이에 거스를 필요가 없으니 그냥 그대로 따릅니다. 충동구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반사회적인 충동도 아니니 딱히 거스를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피해를 끼치는게 아니니까요.
영문 모를 강한 충동이 생기면 잠깐 생각에 잠기도 합니다. 결국 내 내면 어딘가에 충동의 원인이 있을테니까요. 계속 생각하다보면 정확하진 않을 지 몰라도 나름 개연성 있는 이유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내 내면에서 만들어진 환상이니 내 내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탐구하면 일부는 해석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니, 한계가 있다보다는 대부분이 해석할 수 없다고 해야겠습니다. 결국 의식적인 생각은 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으며 뇌는 인지를 왜곡해 의식을 기만합니다. 거짓된 정보를 전달합니다.
훈련을 통해 이러한 왜곡된 인지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의식에 대한 기만을 알면 알수록 그러한 기만이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릅니다. 타인을 속일 때도 정확한 정보를 지닌 이를 속일 수는 없듯, 인지에 대한 뇌의 기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인간은 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이는 최첨단에 있는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저와 뇌과학의 선봉에 서있는 연구자의 간극은 거대할 지 몰라도 뇌 전체 대비 이해하고 있는 뇌의 작용의 비율을 토대로 따질 때 저와 연구자는 코끼리 앞의 개미와 딱정벌레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아무리 해석하려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무의식적 충동'이라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글감을 메모를 해놓고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중심문장까지 써놓은 글을 차마 완성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분명 글이 쓰기 싫은건 아닙니다. 반나절을 한문장도 쓰지 못 하고 앉아있다가 이런 이상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을 보면 글쓰기가 싫은건 아닙니다. 한번도 강제로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딱히 해야할 일이 있어 꺼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기분은 오히려 좋습니다. 그냥 그 주제가 싫은 것일까요? 아니면 내 안의 영문 모를 장인정신이 그 글의 전개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답을 찾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기가 힘들다는 이 글도 4시간동안 쓰겠다는 마음만 먹고 한문장도 쓰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중심문장은 떠오르는데로 메모해놓긴 했지만 차마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초고와 닮은게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을만큼 전개가 달라졌습니다. 그러고나니 글이 잘 나오긴 합니다. 광인의 글이라 하는게 옳을 정도로 미쳐버린 글이지만 훨씬 수월하게 써내려갈 수 있는 것보니 내 안의 '장인정신'은 만족했나봅니다.
한번씩 이런 강한 충동에 시달립니다. 도저히 한문장도 쓰고 싶지 않은 것이죠. 심지어 반년간 집필한 글을 도저히 쓸 수가 없어 한순간에 놓아버린 적도 있습니다. 몇번이나 마무리하고자 다시 자판을 잡았지만 도저히 진행할 수 없어 영원히 놔두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길 원해서 전문용어를 완전히 배제하고 글을 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평어체로 써놓은 글을 경어체로 고치고 포스트합니다. 그럼에도 문장을 떠오르는데로 마구 써내려가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게 당연합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이해하기 어려우신 이유를 찾았습니다. 남에게 읽히길 원하면서도, 읽을 수 없는 글을 쓰고 있네요.
아마도 자기기만에 대한 글을 한편 써야 만족할 모양입니다.
비와 함께 시원하게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