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중에 내담자는 일반적으로 상담자를 이상적으로 여기고 의존하게 된다. 애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애착이 성취되지 못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상담자는 그 감정을 잘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상담자도 인간인만큼 내담자가 표현하는 애착을 쉽게 다루지 못 하기도 한다. 이를 고의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담자가 표현하는 애착을 착취하는건 윤리적으로 금지되어있다. 특히 성적인 관계가 되는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상담자가 내담자의 애착과 그 애착이 충족되지 못 하고 왜곡되는 역전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 할 경우에 대한 지침들도 제시한다. 상담자도 인간인만큼 자신을 향한 감정을 다루기 어렵기에 상담자가 다른 상담자에게 상담을 받기도 하며 상담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상담자 윤리에 있어서는 명쾌해보인다. 비록 얼핏 보기에 자발적으로 보이는 관계라 할지라도, 상담자의 지위를 이용해서 내담자의 애착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어떠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착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인간관계로 오면 굉장히 난해한 문제가 된다. 내담자의 애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걸 상담자 윤리에서 금지하는 이유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서 의존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 대 일반인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만약 일반인이 상담자와 유사한 기술로 이성과의 첫만남에서 애착을 끌어내고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 어떨까? 정말로 일반적인 일이다. 소위 '연애의 기술'이라는 것은 상담과 유사하게 애착을 끌어낸다. 심지어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애착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끊임 없이 의존하도록 만든다. 최소한 상담자에게는 상담자 윤리가 있지만, 일반인에게 일반 인간관계 윤리란 제약은 없다. 관계가 끝이 날 때 상대의 삶이 황폐화 된다는 측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는데 말이다.
흔들다리 효과에 대해 아는가? 긴장 상태에서는 성적인 끌림이 커진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졌던 실험인데 실험은 높고 출렁거리는 폭이 좁은 다리, 낮고 안정적인 폭이 넓은 다리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피실험자들은 다리를 건너는 와중에 실험보조자를 만나게 되는데 실험보조자는 실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낸다. 출렁다리에서 이성의 연락처를 얻은 피실험자들은 안정된 다리에서 이성의 연락처를 얻은 피실험자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껴서 심장이 뛰는게 아니라, 심장이 뛰어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효과를 데이트에 이용하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다. 이 효과를 알고서 의도적으로 이용한 사람도, 우연히 그리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실을 경험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긴장한 상태에서도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의존하곤 한다. 이 또한 우연히 일어나기도, 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상대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나쁜 남자 증후군은 어떤가? 인간은 간헐적 보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항상 잘 해주는게 아니라, 한번씩 잘 해주는 상대에게 끌린다. 원래 성격이 그래서 상대에게 가끔씩 잘 해주는 사람도, 이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일부로 연락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연락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이다. 이를 굉장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연애에는 주도권이 중요하다는 말을 쉽게 한다.
마지막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들이 가해자에게 애착을 품는 현상이다. 인질들이 가해자들을 위해 경찰을 상대로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고, 경찰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했다고 증언하기도, 가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언을 거부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상대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폭력에 노출되는 이들 또한 비슷한 심리라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심리적 취약점을 착취하는 이들은 윤리적으로 어긋나는가? 마지막에 나온 인질범, 폭력가해자 등은 범죄자들이니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실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는? 알고도 착취한 경우, 모르고 행한 경우를 구분해야 할까?
대부분의 심리적 취약점은 스스로 자각이 있다면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 그래서 우리는 알야아 한다. 하지만 말이다. 영원히 놀이공원에 가지 않을 수도 없고,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네가 지금 나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다면 그건 놀이기구를 타며 심박수가 높아졌기 때문이야."라고 설명하라는건 얼마나 우습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