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독한 결정론자입니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성질이 인간성이라 한다면 인간성은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이 될 유전자를 가졌으며, 그러한 성품을 키워낼 수 있는 양육과 교육을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었을 뿐입니다. 동물들은 같은 종 안에서도 속이는 개체들과 속는 개체들이 나뉘곤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도 주로 거짓말하는 인간과 속는 인간이 있을 것입니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뻐꾸기가 진정 '나쁜' 새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범죄자인 인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범죄자들의 처벌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자가 될 유전자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니며, 반사회적 성향을 제공한 양육과 교육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개인이 범죄자가 되는건 필연이라 생각합니다.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처벌 받는 사회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차별적입니다. 우생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단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외부 환경에 영향 받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각을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뇌가 강력한 통제 하에 왜곡하여 전달하는 것 뿐임을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 중 몇몇은 저에게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쉽게 거스를 수 없습니다. 알고 있어도 이토록 뚜렷함을 유지할 수 없는게 의식입니다. 하물며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외부 자극에서 받는 영향은 얼마나 거대할까요. 그런 자극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평정심이 깨지는 순간을 계속 곱씹으며 이유를 찾습니다. 저는 보통 소리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리 인지하고 있어도, 아무리 무시하고 싶어도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소리가 몇가지 있습니다. 아마 소리 외에도 내가 알게 모르게 영향 받는 외부 자극은 끝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무의식이 의식에 끼치는 영향은 끝이 없습니다. 의식적 선택을 자유의지라 한다면 자유의지란 없습니다. 나아가 영향 받지 않는 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진정한 자유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자유를 부르짖습니다.
자유의 박탈인 제재가 오히려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나는 사람을 죽일 자유가 없습니다, 내 유전자는 그리 폭력적이지 않은 것 같으며 생애에 걸친 사회화 과정 속에 계속해서 그러한 관념이 강화되었습니다. 나는 사람을 죽이면 자유를 오래토록 크게 박탈당할 것입니다. 그러한 부자유 속에 나는 죽임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얻습니다. 죽음의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일정 부분 누릴 수 있습니다. 나 자신 뿐 아니라, 자유라는 가치부터가 심각한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습니다.
분명 결론을 생각해두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데로 써버린 것 같습니다. 뻘글일거면 아예 뻘글이고, 진지할거면 아예 진지하자는 입장인데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네요. 뻘글이라는 명분 하에 미완성인 글을 남긴건 아닐까요?
주말에는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친구집에 가서 굴러다녔어요. 정확히는 잠을 잤다고 해야할까요? 한번도 깨지 않고 죽은 것처럼 13시간을 잤습니다. 그러고 일어나서 좀 굴러다니다가 집에 왔습니다. 금요일에 운동도 안 하고 이틀간 먹고 구르기만 했더니 몸이 또 무거워졌네요.
사실 지금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잠이나 자야겠어요.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포스트하고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눈이 완전 푹 들어갔더라구요. 얼굴이 완전 피곤에 찌들었어요. 이게 13시간 잔 사람의 얼굴이 도저히 아닙니다. 역시 잠은 중독이라서 한번 자면 계속 자고 싶은게 분명해요... 아니면 밀린 잠이 너무 많았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