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을 그리고 공유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자기개발서에서는 자기암시의 효능에 대해서 자주 다룹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확고한 지향점을 계속 따르다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책들에서는 다양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단계적으로 분할하라고 합니다. 효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거나, 형이상 내지는 사이비과학에 맡기곤 합니다. 유명인사가 무명일 때부터 이러한 자기암시를 반복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권위에 빌어 신뢰도를 내세우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기암시의 효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나마 과학적인 접근이 플라시보입니다. '자신감을 가지면 할 수 있다고 하니, 나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고 믿자'에서 '자신감을 갖고 하니 성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발전하여 동력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회의감은 사람이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거나,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믿으면 성공한다'라는 간단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줌으로서 회의감을 내려놓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며,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며 평소 이러한 자기개발서들의 범람을 혐오하는 편에 가깝지만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생각하여 진화생물학적 가설을 하나 세워보았습니다. 가설이라기엔 거창하고 망상이라 해야할까요?
인간의 뇌는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음소 단위로 쪼개어 짜깁은 음성을 들려주어도 뇌는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찾아냅니다. 피실험자의 자기보고는 제각각이지만 거짓말 탐지기에도 이용되는 피부저항을 측정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 피부저항이 늘어납니다. 이는 뇌는 분명 아무리 짧게 편집되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수천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물적 특성은 수천년 전의 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녹음기가 없던 인류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크게 필요 없습니다. 그럼에도 뇌는 이리도 정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포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인류는 과연 어떤 순간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냈을까요. 고인돌을 볼 때 분명 과거에 인류는 굉장히 수직적인 사회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극도로 수직적인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상위 계층에게만 허락된 목소리였을 것입니다.
무리 짓고 사는 동물들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두머리 개체는 다른 개체들보다 우렁차게 소리내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생각하면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기에 리더가 된 것인지, 리더가 되었기에 자질이 따라오는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아마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소리 내어 하는 자기암시에도 해당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하는 행위가 상위계층에게만 허락된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러한 행동은 뇌가 목소리의 주체가 그런 목소리를 낼 자격을 지닌 이가 되었음을 알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설이 사실이라면 소리 내어 하는 자기암시에서 명확한 목표와 잘게 단계별로 나뉜 세부적인 목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걸로 충분하지요.
Robert Trivers , The Folly of Fools
Vilayanur Ramachandran, The Tell-Tale Brain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질문 주시면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설에 이용된 과학적 근거와 그 이용에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