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박탈 당하고 내 뇌는 지쳐있다. 오해는 마시라. 우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행복한 편이다. 단지 잠이 부족할 뿐이다. 또 잠 얘기냐고 하실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이 외에는 모든게 행복하니까.
나는 잠에 들지 못 하고 뒤척이진 않는다. 자다가 계속 깨어나지도 않는다. 분명 불면증은 아닌 것이다. 나는 자야겠다고 마음 먹고 곧 잠에 들고, 충분한 시간을 잔다. 수면의 질이 낮을 뿐이다. 밤새도록 울려퍼지는 기계음에 뇌가 편히 쉬지 못 할 뿐이다.
원래도 시장에 잘 대응하지 않는 성향이지만,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더 큰 손실을 입을 것 같아 가만 두었다. 지나고보니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저점이 맞아떨어졌다. 물론 우연히 얻어걸렸을 뿐이고, 아쉬움은 아무 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악순환은 악순환이다. 집을 떠나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집을 떠나지 못 했기에 돈을 벌 기회를 잡을 정신이 없다. 그래도 돈은 별 신경이 안 쓰였다. 뇌건강이 염려됐다. 정말로 내 뇌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멍청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잠을 제대로 자고 싶어 집을 나섰다.
밖에서 지내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사람이 많아서 즐겁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다. 많을 때는 여섯이서 한집에 지냈는데 그래도 내 방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훨씬 조용했다. 제각각 다른 수면시간을 가지고 있고 제각각 다른 오전 스케쥴을 가지고 있어, 내가 자는 사이에 일어나서 누군가는 밥을 먹기도 하고 누군가는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누구는 내가 자는 사이 집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도 내 방보다는 훨씬 조용했다. 나는 침실도 아닌 거실에서 지냈는데 말이다.
며칠간 잘 자는건 좋았지만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었다. 인간은 습관에 의존한다. 집에서 지낼 때 나는 눈을 뜨면, 아무리 잠이 부족해도 일단 카페로 향했고 진한 커피의 카페인으로 뇌를 강제로 깨웠다. 그리고 카페에서 글을 쏟아낸다. 글을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는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사람들을 만난다. 이 모든 일과가 하나의 습관이었고 집을 떠나니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광음에 내 뇌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아왔는지 느껴졌다. 조용한 집에서 지내다 돌아오니 더욱 크게 느껴졌으리라. 비록 자주 집을 비우긴 했지만 이런 방에서 1년이나 뇌를 혹사시켰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제 체스를 둘 때도 유리하다가도 금새 집중력을 잃고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집중력은 항상 내 자랑거리였음에도 말이다. 다시 내 뇌에게 미안했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에는 내 정신이 무너질까 두려웠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역시 잠에 드는건 쉬웠다. 그리고 눈을 떴다. 팔은 간신히 들어올릴 수 있었지만 상체는 들어올리지 못 하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더 이상 이 공간에 누워있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밤을 샌 것과 차이가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상태로 항상 세수를 하고 카페인으로 강제로 뇌를 깨웠다. 다시 또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시 집을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는 랩탑과 책도 가져가기로 했다. 얼마나 성실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불성실할 것이다. 랩탑을 가지고 밖에서 지낸게 처음도 아니고.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행복했다. 역시 글을 쓰는건 행복하다. 수면박탈의 고통을 잊게 해주어서 즐거운걸까?
오랜만에 일기로 찾아뵙습니다. 며칠간 뇌를 비우고 지내서 다른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아마 며칠간 또 소식이 없을거에요. 착실히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뇌를 강제로 깨울 키워드가 있다면 추천 바랍니다. 이전처럼 부족하지만 5SBD를 사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