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글도 더럽게 쌓였고 읽어야 할 글도 더럽게 쌓였습니다. 그런데도 며칠째 카페에 와서 커피값만 축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실 영 아무 것도 하지 않은건 아닙니다. 못 해도 반나절은 머물고 가는 카페에서 어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글을 몇편 쓰기는 했습니다.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 문장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POST를 눈 앞에 두고 커피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시다보니 무언가 꺼려지는게 있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싫다니 싫은 줄 알고 그냥 지워버립니다. 별로 SNS에 맞는 성격은 아닙니다. 특히 스팀잇에서는 더욱 비합리적인 일입니다. POST 앞에서 최소 30분씩 고민하는건 좋은게 아니지요, SNS에서는 꾸준함이 미덕이니까요. 물론 나름은 꾸준하게 무언가 한 것이지만 여러분들은 결국 POST 된 글만을 봅니다.
사실 내 마음 속 심사위원들에게 물어 보고 싶습니다. 그 분들은 별로 좋은 글이 아닌데도 쉽게 허락할 때가 있는가 하면, 정말 괜찮다 싶은 글도 거부합니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번 글은 그 분들의 허락을 받을까요? 받는다면 역시 이상한 분들입니다. 기분은 정말 좋으니 역시 이상합니다.
카페에서는 Englishman in New York이 흘러 나옵니다. Leeosol님의 포스트가 생각나네요. 저 포스트를 보니, 나도 오늘 멋을 내고 나왔다는게 생각났습니다. 이것도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었습니다. 곧 조깅을 하고 집에 들어갈텐데, 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에 이렇게 불편하게 차려입고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러고 싶었습니다.
평소에도 한번씩 이런 날이 있습니다. 멋을 내고 혼자 나와서 거닐다가 영화를 봅니다. 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맥주 한잔 마실 사람을 찾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음 속 심사위원들이 이상한게 아니라 내 마음이 이상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