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는 몇가지 수면패턴이 있었지만 그 수면패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새벽에 깨어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크게 이른 시간인 오후 9시 이전에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최근의 생활과 새벽 3시에 자는 생활. 한동안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고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에 자고 너무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포기한 것도 많다. 우선은 술자리를 가지기 힘들다. 나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라 술자리를 가지면 새벽 2~3시까지 이어지는게 보통이었다. 그리 술자리를 가진 날이면 4~5시에 자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3시에 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돌아가며 샤워를 하다보면 정신이 든다. 술 마신 후에 그러한 행동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내 나이에는 허용되는 듯 하다. 그러고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피곤, 취기, 술자리에서 속에 담긴 것을 뱉어낸 개운함 등을 품고 창조성을 뿜어낸다.
아마 당시에 영감인지, 창조성인지가 지금보다 뛰어났던건 절대적인 경험의 양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어렵다. 이상하게도, 분명 일찍 일어나는게 일상을 보낼 시간은 훨씬 길다. 술자리를 갖는 시간이 줄어들고, 일찍 일어나 오전에 해야할 일을 마치기에 오후는 온전히 남음에도 경험이 줄었다는 느낌은 확연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오후만 되어도 활력이 부족한가보다. 늦은 시간에 자고, 피로가 풀릴 때까지 죽은 듯이 자고 나면 활력이 넘친다. 오후 내도록 그 활력을 갖고 생활한다. 하지만 일찍 일어났더니 오후는커녕 오전 9시인 지금, 이미 피곤하다. 그 피곤을 카페인으로 억누르고 버틴다.
그림도 그리지 않았다. 아주 재능 없는 나는 새벽의 감성과 영감으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 보는 이도 있겠지만 8년은 배우고, 5년은 취미로 삼은게 그림이다. 내 동생과 비교해보면 항상 나는 초라했다. 나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나보다 잘 그리고, 나보다 연주를 잘 했다. 잠깐 이야기가 샜다. 돌아가서,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반복되는 일과에서는 통 감성과 영감이 샘솟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산책시간이 짧아졌다. 산책은 생각을 정리할 기회와 영감을 준다. 늦게까지 깨어있을 때는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은 걸었다. 하지만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활력이 줄어들어, 마땅히 산책할 여유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연휴동안은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아침 해를 보고 자는 일도 많았다. 술은 한번도 마시지 않았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속에 맺힌 것들을 뱉어냈다. 정신 없이 웃고 떠들었다. 예전에 하던 산책도 했다. 산책을 하다보니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촌스러운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남자. 동작에 절도가 없고 허우적거리는 팔다리. 1년만에 본 광경이지만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 남자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6년째, 하루 최소 2시간씩 매일 그 자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추는 남자는 한심한 사람일까, 성실하고 대단한 사람일까?
연휴동안 바빠서 글을 쓰지 못 했습니다.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경험도 있지만, 아실 분은 아시듯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사람이라 글로만 전달하기에는 충분치 않은게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