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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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나는 흡연자가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진. 이후 몇 달에 서너 번 정도 파이프를 피운다. 얼마 전엔 이틀이 멀다 하고 피우기도 했다. 아버지의 유품인 지포 라이터를 잃어버린 여파였다. 그걸 잃어버렸음을 깨달은 건 지난 여름의 일인데 내 마지막 파이핑은 그해 봄이었다.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알아챘던 것이다. 그 뒤로는 비상용으로 챙겨둔 성냥만 쓴다. 가장 가까운 마지막 담배가 언제였는진 기억이 잘 안 난다. 한 달은 족히 된 것 같다.

   내가 주로 피우는 건 파이프 담배와 시가릴로(미니 시가)다. 시가릴로는 외출용이다. 여기도 파이프는 중년 이상은 되어야 남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다. 거기에 동양인이. 너무 이목을 끈다. 흔히 하는 오해가 프랑스 사람들은 남이 뭘 입고 뭘 먹고 뭘 하든 상관 안 한다는 건데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이든 길에서 만난 사람이든 엄청 신경 쓴다. 도시별로 지붕 색깔까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오죽하겠나. 이곳의 공동체의식은 개인주의를 앞지른다. 워낙 패션이나 연애 등에서 관용도가 넓어서 그렇지 사실 돌아서기 무섭게 담화를 늘어놓는 게 이곳 사람들이다.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다. 뉴욕 정도는 되어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살아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그런 이유로 밖에선 거의 시가릴로를 피운다. 다행히 이건 많은 사람이 피우기에 전혀 튀지 않는다. 파이프보단 맛이 없지만 친구와 커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기에 나쁘지 않다. 이렇게 파이프나 시가를 피우는 것에 대해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반응은 두어 명 정도를 빼면 한결같다.

폼 잡으려고 피우는 거지?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음식은 자신을 위해 먹되 옷은 남을 위해 입으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신봉한다. 나는 속멋만큼 겉멋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류니까.

   하지만 이건 절반의 이유에 지나지 않다. 평생 입에 안 댔던, 대어서는 안 됐던(폐 수술을 받았다) 담배를 물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폐암과 싸운 마지막 몇 년을 제외하면 한평생 흡연자로 살았던 그. 무엇 때문에 담배를 피웠고, 끝내 그것을 끊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아리송하다. 니코틴이 나를 중독시키지 못한 탓이다. 라이터를 잃어버리고 반작용으로 연달아 피웠던 때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끝내 완벽한 답을 찾진 못했다. 내 생에 아버지가 될 일은 없기에 여기서 더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흡연 행위 자체에서 약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음주보다 더 엄격한 규칙으로 담배를 피운다. (내 예전 글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술을 기분 좋을 때만 마신다) 내게 흡연은 거의 보상에 가까운 일이다. 주로 일을 완전히 끝마쳤을 때나 반가운 지인을 오랫만에 만났을 때 담배를 태운다. 그래서 텀이 길다. 아주 가끔은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태우기도 한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고 그 다음에 오는 각성 효과를 즐기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피운 건 파이프나 시가류가 아니었다. 궐련- 일반 담배였다. 가장 오래된 기억으론 솔, 88라이트... 이후로는 관심이 없었기에 모르겠다.

   이런 사연을 그들에게 구구절절 늘어놓진 않는다.

홈즈를 좋아해서.
톨킨을 좋아해서.
호빗과 난쟁이들과 아인슈타인을 좋아해서.

   궐련 대신 파이프를 선택한 이유를 말해줄 뿐이다. 어차피 그들이 보는 나는 그런 사람일 뿐이므로 진짜 사정을 들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버지 기일이라는 핑계로 담배 한 대 피우며 끄적여 본다. 아버지가 마지막에 피웠던 담배는 내 기억에 레종Raison이다. 고양이 그림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Raison은 불어다. (표준 발음으론 '해종'이다) 이 단어의 뜻은 이유 / 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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