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선하게 살려고 나름 노력했다. 선천적으로 욱하는 기질을 누르느라 미래의 인내심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선하게 살기 위해 그 정도는 감내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는 노인을 보면 망설이지 않고 도왔고, 걸인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적선했다. 때마다 잊지 않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과 보육원을 찾아다니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그뿐인가. 말년에는 전 재산을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나를 향한 칭송은 쉴 틈이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나 역시 자신을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렇게 살아온 이유를 나도 잘 모른다. 딱히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다음 세상이 있다면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당연한 심리 때문일까? 어쩌면 그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 받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남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일찍이 배운다. 사실 그게 전부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 먼저 용서하고 아량을 베풀어라, 원수를 사랑하라, 나보다 남을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어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에 좀 더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그에 순종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매우 바람직하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 그게 미덕이니까.
그래, 이 정도면 나름 만족할 만한 삶을 산 걸 테지. 이제 편하게 눈만 감으면 되는 거야.
띠이이이이-
“불합격 처리해.”
“네.”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된 거지? 죽었다 살아난 건가?
“20996139-70381번. 당신은 불합격이야.”
불합격이라니? 무슨 상황이든 간에 불합격은 좋지 않다.
“당신의 시뮬레이션은 형편없었어. 선천적으로 아주 좋은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식적인 삶이라니. 그래서야 이 사회에 필요한 인간이 되겠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여긴 대체……
그래... 생각난다. 이제 생각나. 사회성 측정을 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 성인이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프로그램이지. 이 시험을 통과 못하면 평생을 낙오자로 살아야 해. 이 사회는 약육강식이 미덕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