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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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머스크 향이 남자의 향기로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피부에 밴 냄새인 듯 남자 화장품은 모두 그 향을 머금었었다.

  ...영원히 지속되는 향기는 없다.

  그 향은 내가 남자 비슷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무렵에는 그저 아저씨 냄새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10여 년 전 불기 시작한 클래식 열풍과 더불어 이 코를 찌르는 독특한 향기가 회귀를 도모했다. 그러나 추억은 추억일 뿐. 남자도, 그 남자의 체취를 맡을 여자도 모두 외면하는 그저 아저씨 냄새. 파파콤이라면 모를까,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을 향기.

  다행히 내 취향은 언제나 달콤하고 따뜻한 쪽이었다. 다만 적당히. 여기서 중요한 건 ‘적당히’다. 아주 약간의 상큼함도 필요하다. 바닐라과 베르가못이 적당히 어우러진 향기. 그 정도면 만족한다. 단 여기서 함정은 내가 향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남이 뿌린 건 상관없지만 나 자신을 인위적인 향으로 덮는 건 싫었다.

  향수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10여 년 전 DEMETER 두어 병을 써 본 게 전부였던 내가 프랑스 안착을 기념하며 마음먹고 산 첫 번째 향수는 <미드나잇 인 파리>다.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Van Cleef & Arpels에서 만든 것이다. 병은 딱 내 취향이었으나 향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 무거운 탓에 맡으면 맡을수록 속이 울렁거리는 향. 겨울용으로 가끔 뿌렸던 이 향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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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아쉽게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인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이름을 가진 제품 중 나를 만족시킨 건 영화가 유일하다.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있다가 핸드 크림을 사야 했던 나는(손을 자주 씻기에 핸드 크림이 필수다) 동명의 제품을 마트에서 만났는데, 역시나 좋은 만남은 되지 못했다. 대체 이들에게 파리는 어떤 이미지일까. 깨끗한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도시? 그래서 잘 청소된 화장실 냄새를 담았나 보다. (그래도 핸드 크림 본연의 역할은 나쁘지 않다) 다음에는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서 만난 핸드 크림의 바나나 향과 복숭아 향 중에서 하나를 고를까 한다.

  그다음에 만난 향수는 ZARA의 <샌 프란시스코>와 <서울>. 각각의 도시를 이미지화한 이 향수는 핑크빛 낭만 어린 공기와 차가운 도시의 밤공기가 대조를 이루는 걸작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 도시들에 머물 것이다. 여름을 빼면 늘 <샌 프란시스코>인데 그게 아쉽다. 여름에만 만났던 사람들은 <서울>의 향기로만 나를 기억할 테니까. 태어나고 자란 <서울>은 언제나 마지못한 선택지였다. 달콤하고 따뜻한 향은 여름에 어울리지 않기에.














MIDNIGHT IN PARIS

Top: Mate, Rosemary, Bergamot, Lemon, Leather
Heart: Lily-of-the-valley, Tea
Base: Incense, Benzoin, Tonka bean, Almond, Amber



SAN FRANCISCO

Top: Incense, Pepper, Rhubarb, Yuzu.
Heart: Jasmine, Orange blossom, Violet.
Base: Cedar, Musk, Vanilla.



SEOUL

Top: Mandarine, Pepper, Nutmet.
Heart: Lavandine, Ylang, Leather.
Base: Dry amber, Coumarin, 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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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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