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the writer
설날 연휴 기간 동안 혼자 시험을 해 봤다. 그간 연재하던 소설을 잠시 보류하고 리뷰와 에세이를 올렸다. '무미'까지는 아니나 '건조'한 글들이었다. 중간에 불어 강의 하나, 어제는 그림도 올렸다. 그림 포스팅의 글은 건조를 넘어 그냥 던져진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 때 꽤 괜찮은 보상을 받았다. 이런 식의 포스팅만으로도 블로그를 꾸려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시간 날 때마다 봤다. 언제나처럼 각양각색의 글이 올라왔다. 보상이 많은 글도 보상이 적은 글도 종류만 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다양했다.
내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눈치 볼 이유가 없다.
그것이 며칠 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욕설을 쓴 것도 아니고, 훔친 글도 아니며, 이미 소비된 걸 재탕한 것도 아닌데 내 글이 이곳 생태계를 망칠 리 만무하다. 내 글이 뉴비에게 있어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내가 kr 커뮤니티에 처음 들어와 글을 올릴 땐 오늘 숨 쉰 글들이 내 글의 10배, 많게는 100배를 받았다. 물론 나 역시 그때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상대적으로 덜 어렵게 자리잡은 뉴비들이 지인 하나 없이 들어온 뉴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일갈하는 것에 분개해서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런 시절을 보낸 지금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 느낄까? 그렇지 않다.
나같은 글쟁이의 글은 역차별을 받는다. 사람들은 기술적으로 투박한 글을 더 '진실된' 이야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수려하고 전문전인 냄새가 나는 글은 '가공된' 이야기로 믿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적으로 투박하냐 세련되냐는 글의 진실성과 1도 연관없다. 관심병 환자의 수많은 주작글도 투박한 문체로 쓰여질 때가 많다. 피천득 선생의 글이 기술적으로 세련되었다고 거기 담긴 이야기와 감정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투박하게 풀어낸 것처럼 보이는 글은 진실성이나 진정성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솔한 글이라며 더 좋아할 뿐이다. 고래들의 보팅도 그런 글에 잘 몰린다.
예술가 집단은 이런 역차별에 익숙하다. 스팀잇뿐 아니라 사회 내에서 뿌리 깊은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이든 십수 년 이상 연마하면 그럭저럭 입에 풀칠할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예술은 그게 안 된다. 글, 그림, 음악... 이런 기술은 아무리 인이 박혀도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아니고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잘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너무 쉽게 요구한다. 그것이 지금껏 그들의 시간과 노력이 무가치하다고 낙인 찍힌 채 버려진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까지 재갈을 물려야 하나?
며칠 올라오는 글과 이웃들의 블로그를 넘다들다 보니 눈에 띄인 게 하나 있었다. 경제/코인 관련 글은 그런 공격에서 벗어나 있다. 그림과 음악도 대상이 아니다. 영화/책 리뷰 글도 상관없는 듯 보인다. 나는 유독 내가 속한 집단만 부당한 공격을 받은 것처럼 느꼈다.
역차별은 그뿐이 아니다. 내가 연재하는 포스팅 중 보상의 측면에서만 보면 상대적으로 제일 효율이 떨어지는 게 불어 강의다. 스트레스/시간/노력에서 상대 강도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프랑스에 살고 있고, 늘 쓰는 말을 정리해서 포스팅하는 건데 다른 창작물에 비해 뭐가 힘드냐'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준비 기간만 일주일을 꼬박 잡아먹는다. 단 하나의 단어를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문법/음성학 책,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를 다 뒤진다. 그리고 복수의 원어민들에게 교차 검증을 받는다. '글쓰기' 버튼을 누를 때까지 몇 번을 망설인다. 문제는 이곳에서 강의글을 보는 분들이 다른 강의와 내 강의를 비교할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뭐가 더 나은지, 어떤 부분이 잘못되고 맞는지 검증할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 해당 언어에 통달했다면 굳이 이곳 강의를 볼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내 강의가 상대적으로 다른 강의나 나의 다른 포스팅보다 가치를 덜 인정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내가 강의글을 끊지 못하고 올리는 건 포스팅 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1일 1포스팅이 아닌 1일 3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 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다른 것보다 못하더도 올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보상으로 인정받는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활동이다. 그래도 나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간의 시간 동안 깨달았다고 믿는다. 소설 연재도 마찬가지다. [V의 날]은 이런 에세이나 리뷰에 훨씬 못 미친다. 솔직히 들이는 시간과 공으로 따지면 불어 강의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내 포스팅 전반이 그렇다. 내가 보상을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명성에서 일상적인 얘기를 투박한 문체로 올리거나 거의 '줄거리 요약' 수준의 리뷰를 올리는 분들 중에 나를 압도하는 분들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계속 연재하는 이유는 이미 고정 독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즐겁게 봐 주시는 걸 보면 나도 즐겁다. 즐거우려고 하는 스팀잇 아닌가.
그렇게 힘들지만 나름 즐겁게 하던 활동을 내 스스로 검열해서 제한한다는 건 그간 내 블로그를 좋아해 주신 분들에 대한 배신이다. 이곳은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내 블로그를 꾸려가겠다. 내 글과 내 글에 찍힌 보상이 보기 싫으면 차단 기능을 활용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내가 차단한 상대에게 내 글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지만... 스팀잇에 무얼 바라랴. 언젠간 넣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