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 Leyendecker
너는 내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이냐. 먹는 것에는 한없이 아량 넓은 내가 반영구적인 것에는 까다롭기 그지없다는 걸 너는 아느냐.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필요한 물건; 30핀 케이블은 전철역 지하상가에서 이미 겟했고 그 외 딱히 필요한 물건은 없었다. 충동구매를 하는 타입도 아니라 그저 구경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실은 자동문이었음)
3층짜리 다이소를 방문한 건 우연이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생긴 데다 이사를 가면 일단 거주지 근처를 샅샅이 탐방하는 습관이 만나 숙소에서(아쉽게도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 호텔은 아님) 도보로 40분 정도 걸리는 그곳까지 찾아간 것이다.
그때까지 다이소란 곳을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몇 번 간판을 보긴 했으나 딱히 들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곳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한국을 떠난 뒤에 생겼다. 직접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연이어 올라오는 찬양과 득템 인증은 결국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릴 만한 호기심을 뇌리에 남겼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바이럴 마케팅을 빙자한 업체의 주작글이 판치는 세상에 진실이 남아 있음을 증명하려고 그토록 많은 인증글이 올라왔던가.
1K. 다이소를 상징하는 숫자는 당연 1천이어야 한다. 어지간한 물건은 1천 원에 포진해 있는데 이게 미끼 상품이 아니다.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찻잔, 그릇, 소품이 모두 단돈 1천 원. 지갑에 들어 있으면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에 밀려 가장 하찮게 느껴지는 양반 퇴계 이황 1천 원 한 장이면 아이템 하나와 교환할 수 있다. 파이프용 담뱃잎을 담아두기 좋은 원목 밀폐 용기는 5천 원이었지만 다이소에선 그게 가장 비싼 상품!
그러나 들어갈 때 빈손이었던 나는 나올 때도 그러했다. 가볍게. 가볍게를 유지해야 한다. 지하 노역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만큼은 무거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