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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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oya





  골든 게이트 공원 깊숙이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확신은 신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듯했다. 우리는 밤이 올 때까지 공원과 아카데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식물관에 이어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볼 때는 작은 언쟁을 하기도 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자연 보호니 동물 보호니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골이 된 대왕고래 앞에서 내가 말했다. 그녀는 대체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눈을 치켜떴다. 나는 태연하게 주장을 이어갔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멸종은 막을 수 없어요. 생명의 본질은 유한함이니까요. 유전자를 물려준다고는 하지만 터전이 되는 지구조차도 유한한걸요. 인간의 관점에서 좀 길다 싶은 거지 영원불멸은 아니잖아요. 고래뿐이겠어요? 어차피 언젠가 인간도 멸종할 텐데요.”

  사실 그녀에게 그런 설명은 불필요했다. 인간이 작동하는 원리를 나노 단위로 쪼개서 연구하며 생성과 소멸의 무한한 듯 유한한 반복을 매일 지켜보는 그녀만큼 잘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과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문학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나 보다.

  “결국 지구와 함께 모든 게 사라질 테니까 자연을 보호하는 게 무의미하다 이건가요?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예요?”
  “정확해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이해가 안 돼요.”
  “어떤 부분이?”
  나는 거만한 미소로 만용을 부렸다. 그러자 그녀는 순식간에 사고 회로의 예열을 끝내고는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상의 유한함이 그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순 없어요. 그쪽 논리대로라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 의사가 환자에 대해 책임질 이유가 없죠.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삶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 권리는 결코 타인에 의해 부정될 수 없어요. 과거에는 그게 생존의 문제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질의 문제로까지 확장됐잖아요. 그럼 우리가 누리고 있는 환경을 더 낫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패배를 시인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나는 평소 생각을 토대로 반박을 펼쳤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해요. 인간의 개입이 없었을 때도 지구의 모든 생명은 번영과 쇠락을 거쳐 왔거든요. 지금까지 자연적으로 멸종한 게 공룡이나 고래만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본다면 인간이 행하는 일들도 결국 자연적인 일 아닐까요?”
  “말도 안 돼.”
  “그리고 여기 계신 미스터 대왕고래는 아직 멸종되지도 않았어요. 한 가지 더. 바다에 고래가 있는 환경이 더 좋다는 근거는 뭐죠? 뭔가가 꼭 있어야 좋은 건가요?”
  “원래 있는 걸 사라지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고래가 태초부터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원형 비슷한 게 있었을 뿐이지. 그리고 예를 들면 말라리아모기 같은 건 멸종하는 편이 낫지 않아요?”
  나는 득의양양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으나 돌아온 건 동정의 눈길이었다.
  “잭, 당신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왠지 내가 죽어도 별로 슬퍼할 거 같지 않네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양손 모두 들고 항복할 수밖에. 정말이지 나는 여자의 이런 화법이 정말 싫다. 우리는 다소 가라앉은 기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들어간 곳은 심신을 위로해 줄 수족관이었다. 수천 톤의 투명한 물이 겹겹이 쌓여 만든 짙푸른 심연에 불빛이 스며들어 물고기와 부유물이 별처럼 반짝이는 장면에 우리는 금세 빠져들었다.

  “마치 우주 같지 않아요?”
  그녀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물속 세계가 황홀한 듯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도취되고 있었다.
  “우주는 당신 눈동자 안에 있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잭, 잠깐만요. 날 기분 좋게 하려는 건 알겠는데, 우리 그런 닭살 돋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그런 거에 알러지가 있거든요.”
  그녀는 진심이었다.
  “고마워요. 사실 나도 있어요. 그 알러지.”

  나 역시 그런 말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런 말들은 하는 것도 고역이고 듣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 대체 왜 사람들은 그런 표현에 집착을 보이는 걸까. 그건 사랑한다는 말을 무의미하게 남발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좋은 건 매일 접해도 질리지 않고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좋은 게 좋은 건지 모르게 할 뿐이다. 가족 간 불화의 원인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 부모가 주는 사랑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제 아무도 그런 사랑을 내게 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물론 아이들을 일깨우기 위해 사랑의 표현을 일부러 제한하라는 말은 아니다. 평소에는 못되게 굴다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잘해 주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쪽에서도 그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투적인 건 아무런 감동도,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그렇게 되어서는 곤란했다. 하지만 기분이 들뜨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말들이 저절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자각하게 되면 너무나 낯뜨겁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정체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너무 무뚝뚝한 남자도 그렇지만 입만 열면 시를 낭송하는 남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지 큐와 함께 있을 때도 최후의 낭만주의자가 된 양 자꾸 느끼해지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건 벗어날 수 없는 인력에 휘둘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말을 빚어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 아니던가. 어쨌든 때에 따라 충분히 느끼해질 수 있는 남자는 나도 원치 않고 그녀도 원치 않으니 이제 기쁜 마음으로 추방하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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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삼삼33 이벤트!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에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집필 당시 각각의 인물을 구체화하기 위해 또 혹시 모를 영화화를 대비해서 할리우드 배우들을 가상 캐스팅했습니다.

네.

잭 / 수지 큐 / 클레어의 가상 캐스팅을 맞추시면 됩니다.

'가장 빨리, 세 명 모두 정확히 맞춘 분'께 우승 상금 3스달 증정합니다.


<힌트>
1. JF 4월생
2. MK 8월생
3. AS 12월생

주의: 배우들의 현재가 아닌 6-7년 전 이미지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이미지와 제가 잡은 이미지가 얼마나 일치할지 궁금하군요.








이벤트는 시작하자마자 끝났습니다!
현상금 사냥꾼 카비님이 그만...

hmm.jpg
이게 뭐여... 너무 쉬웠나...

[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33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