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주일동안 일을 해본 소감.
지난 주 월요일 오후 세시 반 쯤이었나, 갑작스레 영국 소설 전공의 교수님이 연락을 해왔다. 일이 있는데 이야기좀 나누자는 말. 혹시 학교에 잠깐 올 수 있냐고 말했다. 나는 학교 근처였다.
그렇게 해서, 교수님이 원장으로 있는 학술원에서 기획하는 강연 기획과 진행을 맡게 되었다. 다른 특강에서 자주 마주쳤기 때문에 내가 기억에 났다고 하셨다. 처음 말은, 지난해 자료가 있으니 그거 보고 그대로 바꿔서 하면 된다고, 어려울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디 일이 그런가. 처음 하는 내가 작년 자료를 훑어본다고 해서 알리가 전무하고, 역시 일은 어려웠다.
어쨌든 지금은 조금 적응해서, 아직 많이는 몰라도 무언가 하고 있다. 다행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참 친절하고 좋아서 내가 미안하다. 일하러 가서 신세만 지는 것 같기에. 나도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 변기휴지, 변기뚜껑.
우리집에는 변기가 있다. 변기는 종종 마찰의 원인이 된다. 나는 이 집에 이사온 13년 전부터 꾸준히 변기에 휴지를 넣는다. 어머니는 그러면 변기가 막힌다고, 변기를 고쳐야 하면 어떡할 거냐고 늘 나무라셨다. 13년 버틴거면 어머니, 변기와 물은 휴지로 막히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도 휴지가 변기를 막는 일은 잘 없다. 오히려 사용한 휴지를 바깥에 두면 그것이 몸에 더 좋지 않을까.
변기뚜껑도 마찰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청결의 문제다. 어느 날 내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변기물을 내릴 때 그 물입자가 사방 1.6미터까지 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찾아보니 1.6미터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퍼진다고, 그래서 반드시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닫고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날부터 난 공중화장실을 이용해도 뚜껑을 닫고 내린다. 당연히 집에서도 그렇게 한다. 1.6미터 안에 우리들이 쓰는 칫솔과 수건이 있으므로.
문제는 다른 사람이 쓴 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늘 변기 뚜껑이 열려있다는 사실이다. 그 날부터 나는 가족 전원에게 변기 뚜껑 닫기를 강요했다. 가족들은 과학적인 이유를 모두 수긍했으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급기야 나는 변기뚜껑이 열려있으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가족들은 이유야 마땅하지만, 변기 뚜껑 내리는 걸 자꾸 까먹어서 미안하지만, 인간이란 본래 그렇지 않은가, 같은 실수를 두세 번 하게 되면 그 실수를 고쳐야겠다는 생각 이전에, 그냥 실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가족들도 나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굽힐 생각이 없었다.
어느날인가부터 집에 돌아오니 변기 옆에 늘 있던 더러운 휴지통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이제 휴지 어디 버리냐 물으니, 그냥 변기에 버리란다. 안막힌다네. 어디서 그런 걸 보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 문제로 오랜 마찰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승리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냥 엄마가 졌구나. 이정도였다.
그런데 그 느낌 때문인지 나도 가족들에게 변기 뚜껑을 가지고 더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열린 것이 보면 내가 닫게 되었고 그냥 내 칫솔을 방안으로 가져왔다. 가족들은 대부분 변기 뚜껑을 열어두었지만 가끔은 닫았다. 가끔 닫는 것을 보면 흐뭇하긴 했다. 그렇게 강조할 땐 늘 괴로웠는데, 한번씩 흐뭇하니 이게 낫다 싶다.
차라리 그 정보를 몰랐더라면, 아니면 다 같이 보았더라면,..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리면 확실히 닫았을 때보다 화장실 위생이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크게 일으켰나... 변기 뚜껑 때문에 다투었던 일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었나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계산할 수 없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