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과 '개돼지 발언' 나향욱, 법적으론 무죄일 수 있어도..

kimjaguar(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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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국일보

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오늘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해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과 미투 운동의 여파로 충남도지사를 사퇴한 안희정 전 지사의 법정투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개돼지 나향욱과 성폭력 안희정

나향욱 전 기획관은 2년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후 교육부는 나향욱을 파면했지만 나향욱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냅니다. 그리고 법원은 나향욱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면서 판결했고, 이에따라 나향욱은 교육부 복직이 가능해지게 됐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자신에 대한 성폭력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의혹에 대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고 지사직을 사퇴했던 안희정은 피해자들과 성관계는 했지만 강압은 아니라는 취지로 피해자들과 찍은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안희정도 나향욱처럼 법정다툼에서 승리할지 아닐지는 섣불리 판단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강압'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안희정이 법적으로는 성범죄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안희정은 나향욱처럼 본래 직책에 복귀할 수는 없습니다.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정 소송에서 승리한 것을 빌미로 다시 정치권에 기웃거린다거나 할 수는 있겠지요.

나향욱이나 안희정은 도덕적 관점에서 보면 공직을 맡아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 국민을 개돼지라고 능멸하고 자신의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 제가 낸 세금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법정 투쟁에 나선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법적으로 무죄를 받으면 자신에 대한 도덕적인 멍에도 벗겨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법적으로 무죄 받으면 도덕적 멍에도 벗겨진다??

나향욱은 분명히 민중은 개돼지라느니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느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했고 분명히 기사화가 됐습니다. 그가 법적으로는 파면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세금받는 일을 하는데 부적절한 인물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안희정 지지자 중 일부는 안희정과 수행비서의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안희정 전 지사는 '미투' 폭로의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안희정 본인이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를 구합니다"라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법과 도덕은 비슷한 면은 있지만 사실 다릅니다. 법은 행동에 대해 판단합니다. 아무리 마음 속은 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마음 속으로는 온갖 폭력과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어도 겉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상만 하는 사람에게도 '나쁜 놈'이라며 비판합니다.

법은 권리를 중요시합니다. 아무리 연쇄 살인마라 할지라도 그는 적절한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연쇄강간범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인 처벌 이상의 처벌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100명을 잘 못 처벌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며, 그렇기에 법은 피의자에게도 폭넓은 권리를 인정합니다.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범죄를 입증해야 한다던지, 범죄 입증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 역시 법의 정신이 반영된 원칙입니다.

법은 멀고 도덕은 가깝다는 현실

도덕은 '상식'이나 '국민의 평균적 시선'과 같은 애매모호한 기준에 근거합니다. 법도 때로는 애매모호할 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명확한 결론이 내려집니다. 법관은 유죄 또는 무죄를 선고할 뿐이지, 유죄이지만 동시에 무죄라는 식으로 결론내리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책임을 칼로 물 베듯 베는 것이 판사의 역할입니다.

도덕은 애매모호한 기준에 근거하기 때문에 도덕을 근거로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은 전근대 사회에서나 통용될 만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대 사회의 국가들은 도덕이 아니라 법을 통해 누군가를 심판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평범한 시민들은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갖고 삽니다. 나향욱이나 안희정이 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사람들은 그들을 욕하겠습니까. 시민들 개개인 마음 속에 있는 도덕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저질렀기 때문에 욕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직자의 경우(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도덕에 대해 좀더 엄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희정이 법적으로 성범죄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난다고 해서 그가 과거처러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자마자 도지사직에서 사퇴하고 페이스북에 사실상 혐의를 인정해놓고 이제와서 법적으로 무죄니까 난 잘못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안희정씨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소송에 열심히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법적으로 무죄가 난다면 훗날 다시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싶은 욕망도 있겠지요. 하지만 본인이 비서에 대한 성착취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겸허한 마음으로 감옥에 다녀오는 것이 맞습니다. 현재 안희정은 '알려진 것보다는 내가 저지른 범죄의 정도는 약한 수준이다'라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다 합의해서 한건데 뭐가 잘못이냐'는 식으로 자신의 법적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세금을 받는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적으로는 추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차라리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반성하고 법적 처벌을 달게 받는다면 세간의 '도덕적 평가'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희정과 '개돼지 발언' 나향욱, 법적으론 무죄일 수 있어도..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