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즐겨 듣는 노래중 장윤정의 ‘어머나’ 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랍니다”
솔직히 난 여지껏 살아오며 여자의 마음이 갈대 라는 사실을 느껴본 적이 없다. 워낙 본인의 주장이 강한터라 혹여 느껴지는 갈대같은 마음은 갈대밭 속에 뭍어 놓고 move on 하는 인생을 왔기에 그런 생각 할 틈조차 없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인것같다. (그래서 슬픈 이야기지만 현재 솔로로 지내는듯 하다.)
20대 초반에 나에게도 로맨스가 있었다. 한국에 잠깐 들렸을 때 아는 지인을 통해 만난 친구였는데 솔직히 처음에 보자마자 너무 아름다워 (or 그냥 이뻐서....) 사귀자고 하고 대략 3년간 만난 친구였다. 지금은 S대기업에 입사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옛 생각이 나곤 한다.
당시 옛 여자친구는 한국 나는 미국에 거주하는 관계로 일년에 대략 5번 한국을 왔다 갔다 하였다. (보수적인 옛 여자친구 아버지는 한번도 미국에 여행 오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다.) 워낙 내 맘대로 사는 독불장군의 모난 성격이라, 3년이란 시간 동안 어떻게 장거리 하였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누가 혹시 어떻게 장거리 연애가 가능하냐고 물어본다면 난 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을 드리고 싶다.
“남녀 둘중 부처님에 버금가는 아량심이 한명만 있으면 됩니다.”
옛 여자친구는 참으로 착했다. 종종 투덜 되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는 소리를 한적은 있으나, 3년 장거리 하며 단 한번도 헤어지자고 말 한적은 없으니 말이다. 힘들다고 불평 불만 할 때면 난 항상, 대학교만 졸업하고 결혼하자고 일종의 설득 아닌 설득으로 불만을 잠재웠으며; 그 불만도가 좀 지나치다 싶었을 때는 3박 4일로 없는돈 있는돈 다 끌어 모아 일정에 없는 한국여행? 을 하기도 했었다. (말이 3박 4일이지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면 1박 2일이다..) 즉 장거리 연애는 희생정신 역시 투철 해야 한다.
아마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니 그만큼 모난 내 성격을 더 이해하려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일 동아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무시 한적도 무진장 많았으며 워낙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바람에 그 흔한 커플들이 하는 100일 이벤트 1주년 이벤트 같은거 해줘 본적도 없다. 카카오톡 케잌 쿠폰 선물 한것이 전부 인거 같다.
삐꺽삐걱 되지만 그래도 굴러가는 수래 바퀴같은 우리 관계는 그 친구가 입사하면서 부터 완전히 꼬여버렸다. 평상시에 연락도 잘 안하는 나 이지만, 그 친구가 연수원 그리고 입사하면서 부터 뜸해진 전화통화는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3년간 이어져온 일종의 패턴이 바뀌면서 난 차츰 당황하기 시작했고, 난 그것이 일종의 심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코믹이다. 아니 실제로 직장에 다녀보니 왜 연락이 뜸해질수 밖에 없는지 이젠 알고있다. 그런데 그땐 어린 나머지 그런 사실들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수도 없었던것 같다.
헤어지기 몇 개월전, 아니 더 정확히 연수원 들어가기 2달전 난 그 친구가 그토록 바라던 이태리 여행을 같이 갔었다. 4개월정도 준비해서 30일정도 간 여행 이였는데, 교제 하는 동안 아마도 가장 기뻐하고 즐거워 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태리 중에서도 로마에서 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미 로맨틱한 도시 로마 (romantic 이란 단어가 도시 이름 Rome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에서 하루 죙일 같이 있을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즐거웠었다.
특히 저녁시간에 갔던 스페인광장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아직까지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과연 그 친구는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있을까???) 다른 자잘 자잘한 순간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적어도 로마에 있던 순간 만큼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즐거웠었다.
솔직히 헤어지고 많은 후회도 했었다. 지나간 열차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심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또한 그립다고 말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그냥 흘려 보낸 시간이 4년이다. 지금은 나랑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이지만 정말로 행복하게 본인이 꿈꾸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다음달 3월에 우연찮게 로마로 6일동안 방문하게 되었다. 솔직히 많이 기대된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로마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또 옛 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있을지 참 많이 궁금하고 보고싶다. 로마에서 맛있게 먹었던 젤라토 집은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있을지, 새로운 교황이 거주하고있는 바티칸은 어떻게 변화 했을지, 소매치기로 득실거리는 로마의 길거리는 아직 그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있을지 모든 것들이 궁금하다. 지내는 6일동안 분명 그 친구와 함께한 순간들도 문뜩문뜩 스쳐지나 갈까 조금 두럽기도 하다. 그냥 멍 때리고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녀야 겠다는 생각도 지금 하고있다.
참 스팀이 더 성장해서 그 친구도 어느 날 문뜩 스팀에 글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도 하곤 한다. 그런 날이 다가올까? 아니 왔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온다면 댓글 하나에 풀봇 하나 주고 싶다. 시시콜콜한 옛 사랑 얘기는 이만 마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