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목요일마다 < 세상에서 제일 쉬운 블록체인 이야기 > 연재를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원 출처는 EpitomeCL의 Chief Ethics and Integrity Officer 정유표님께서 페이스북에 총 25편 분량으로 게시한 글입니다.
시리즈의 전반부(1~12편)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의 예시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설명합니다. 이후 중반부(13편~17편)는 블록체인 기술 속에 담긴 사상과 철학을 조망하고, 후반부(18편~25편)은 저자가 재직 중인 EpitomeCL의 사명과 지향점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에겐 가벼운 입문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탐구하시는 분에겐 심도 있는 철학적 고민을 던져주는 좋은 글이기에, @kilu83 COSINT와 저자 정유표님의 공동작업으로써 스팀잇 유저분들께 소개 공유합니다.
남겨주시는 댓글은 원 저자와 함께 모니터링하고 답변드릴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
첫 편부터 정주행을 위한 1편 바로가기 : https://goo.gl/hc3Aoz
이전 편을 못 보신 분을 위한 전편 바로가기 : https://bit.ly/2Idgbs8
저의 생각은 ‘신뢰’ 였습니다. 제 답의 힌트는 이미 본 시리즈 글 첫 편에 가득 담겨 있었죠. 막연히 신뢰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인 느낌인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풀자면 인류 역사 이래 존재하지 않았던 ‘단숨에 대중들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로써,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았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답을 떠올린 분이 계시는지요? 제 예상과 달리 저 같은 생각을 한 분들이 많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한 맘이 들 것 같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쌓기는 어려우나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인 것’, 바로 신뢰입니다. 어찌보면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은 신뢰가 형성되어 온 아주 기나긴 역사의 시간입니다. 안전한 물물 거래를 위해 수 세대의 시간을 소비하고, 절대 권력이 내세운 법치를 믿고 따르는 데에는 수십 세대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봉건 통치제도, 중앙 군주제, 민주주의, 사회주의 같은 정치 제도 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많은 거래 관행과 금융 시스템 또한 수백 세대에 걸쳐 신뢰가 누적되며 지금의 고도화된 문명이 자리잡았습니다.
비트코인은 그 지난한 과정을 단 몇 년만에 해내었습니다. 고작 1과 0으로 된 데이터 따위가 수천, 수만 달러 가치의 신뢰를 획득했습니다. 그걸 발화점으로 이후 속속 출시된 알트코인들은 실체가 분명하지 않음에도 수 일만에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투자 대상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지요.
제 호기심을 자극한 지점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이란 단어는 바로 곧 신뢰의 상징 명사가 되겠구나’ 하고요. 과거엔 내가 얼마나 잘 살아온 사람이며, 어떤 능력들이 있고, 약속했던 것들을 실제 지켜왔던 결과물을 누누이 모으고 설득해야 누군가의 믿음을 겨우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젠 조금 달라졌죠. 오픈 소스로 된, 잘 작동하는 블록체인 코드 하나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왜 ‘단숨에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로써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를 느꼈을까요? 이 질문은 제가 저술한 『이기심의 종말』이란 책의 내용과 그걸 쓰게 된 배경을 설명드려야 합니다.
일단 저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선 자본주의가 촉발한 이기적 개인 소유 사상과 그로 인한 여러 삶의 위기를 조망합니다. 2부는 현재 시점의 가능성을 언급하지요. 순환적 사상이 필요하고, 기술의 발전은 공유 경제로 진화할 것이다. 다만 그건 가만히 앉아 있다고 얻어먹을 떡이 아니다고 이야기합니다. 3부는 사상과 철학, 연대, 개인이 지닌 심리적 그림자를 떨쳐냄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4부는 그렇게 하여 구현될 아름다운 세계를 낙관적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이처럼 호기롭게 글을 썼지만 마음 어느 한 편에선 답답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깨이고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는 미래. 말이야 쉽지 현실적으로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에하나 사람들의 삶에 지속가능하지 못한 재난이 펼쳐졌을 때, 그저 한 가닥 희망의 불씨 역할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그 또한 실체없는 이상에 불과했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세상이 나아질 기미는 안보이고, 각 개인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는 느낌만 더해갔습니다. 애써 고통받지 않고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건 미천한 인간의 욕심일까요?
그런 체념 속에서 만난 블록체인은 저 고민에 대한 가장 최소한의 방비책이었습니다. ‘지금 사회 시스템이 스스로의 모순에 무너져 붕괴하는게 순리라면, 그 이후 사회를 가장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놓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록체인의 진짜 힘을 ‘신뢰’, 특히 ‘빠르게 획득 가능한 상징으로서의 신뢰’를 꼽은 이유입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만 마치 노아의 방주를 만들 재료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쓰일 일이 없는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될 것이고요. ^^;
이 생각은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과 같은 그림을 그린다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적극적으로 사회를 개혁하느냐, 아니면 때를 두고 순응하다가 필요한 시기에 떨쳐 일어날 것이냐. 이 둘은 미묘한 차이이고 그래서 더욱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주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지를 두고 예측하는건,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의 제도권과 상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 주의여서 그렇습니다. 근대 국가 시스템이 해체되고 새로운 정치 체제가 등장하거나, 블록체인 기술의 아주 미시적인 부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폐기되는 것 외에는 중간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A(블록체인의 미래)가 가장 효율적이고 B(현 제도권)가 그 다음으로 효율적인데, 도리어 A&B는 아주 비효율적이라면 결국 사람들은 A 또는 B를 선택할 것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블록체인의 미래)가 승리할까요, B(현 제도권)가 건재할까요, 아님 제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C의 세상이 열릴까요?
또 만약에 A(블록체인의 미래)의 세상이 오는 것이 운명이라면, A(블록체인의 미래)가 B(현 제도권)를 적극적으로 무너뜨리게 될까요 아님 B(현 제도권)가 스스로 무너지고 난 뒤 A(블록체인의 미래)가 그 공백을 빠르게 메꾸어 낼까요?
저에게는 재미있는 고민인데,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잠깐 상상해보시면 어떨까 제안드립니다. ^^
다음 편은 ‘신뢰’ 다음으로 중요한 ‘소통’의 문제, 청록색 사상의 거버넌스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후편 바로가기: https://bit.ly/2wv7S6e
COSINT 팀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소개글 바로가기: https://bit.ly/2IkyeZM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