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히로시마는 왜 지금까지도 일본을 대표하는 굴 산지로 남아 있을까?
그 비밀은 굴이 자라기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 축적된 양식 기술에 있다.
히로시마만이 속한 세토 내해는 외해에 비해 파도가 비교적 잔잔하다. 주변의 여러 섬이 바다를 보호하고 있어 양식 시설을 운영하기에도 유리하다.
또한 주변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영양분은 굴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굴은 물속의 플랑크톤을 걸러 먹으며 자라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은 굴 양식에 중요한 조건이다.
여기에 오랜 시간 발전해 온 양식 기술이 더해졌다. 특히 바다 위 뗏목에 굴을 매달아 기르는 방식이 널리 보급되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히로시마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 뗏목은 자연환경을 활용하면서 효율적으로 굴을 기르기 위한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풍경이기도 하다.
히로시마 굴은 일반적으로 살이 통통하고 감칠맛이 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크기와 맛은 품종과 성장 기간, 계절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굴의 제철은 가을부터 봄까지이며,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는 신선한 굴을 즐기기 좋은 시기다. 겨울이 되면 히로시마 곳곳의 식당에서 다양한 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바삭하게 튀겨 낸 카키후라이(굴튀김), 껍데기째 구워 먹는 야키가키, 굴과 채소를 된장에 넣어 끓이는 카키노 도테나베까지 조리법도 다양하다. 굴을 넣어 지은 카키메시 역시 히로시마의 굴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이처럼 굴은 단순한 관광객용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식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먹거리다.
히로시마의 굴은 단순히 생산량이 많아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굴을 채취해 먹었던 사람들, 양식 기술을 발전시킨 생산자들, 에도 시대에 굴을 다른 지역으로 운반했던 상인들, 그리고 오늘날까지 품질을 지켜 온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자연이 제공한 좋은 환경 위에 사람들의 경험과 기술이 쌓였고, 그 결과 히로시마는 일본을 대표하는 굴 산지로 성장했다.
일본 어디에서든 굴 요리를 만날 수 있지만, 히로시마에서 굴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랜 역사와 지역의 바다,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를 여행한다면 굴 한 접시를 먹으면서 그 뒤에 이어진 긴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 평소 익숙하게 먹던 음식도 그 지역의 역사를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