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 아키쓰초(安芸津町). 사이조가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술의 마을이라면, 바다와 맞닿은 아키쓰 역시 일본 사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1848년 창업해 1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술을 빚어 온 작은 양조장, 쓰카주조(柄酒造株式会社)가 있다.
쓰카주조의 대표 브랜드는 오타후쿠(於多福)다. 에도시대 말기인 1848년, 쓰치야 주자에몬이 양조장을 열면서 시작됐으며, 당시 술 이름도 오타후쿠였다. 이후 간사이이치(関西一)라는 브랜드도 만들어져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다.
아키쓰는 일본에서 긴조주 발전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지역이다. 특히 미우라 센자부로(三浦仙三郎)가 연구하고 발전시킨 연수양조법(軟水醸造法)은 부드러운 물로 좋은 술을 빚는 기술로, 히로시마 사케의 품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쓰카주조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히로시마의 쌀과 물을 바탕으로 술을 빚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역사만으로 양조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서일본 호우 당시 이곳도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건물과 양조 설비가 물에 잠겼고, 오랫동안 사용해 온 누룩 제조 공간을 비롯해 많은 시설을 잃었다. 양조장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지역 주민과 전국 각지의 도움을 받아 재건에 나섰고 이듬해 다시 술을 빚기 시작했다.
현재 쓰카주조는 규모를 크게 키우기보다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작은 양조장의 장점을 살려 술을 만든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세대가 합류해 다음 시대의 술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케 양조장을 둘러보다 보면 술 한 병에는 쌀과 물뿐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쓰카주조는 세토내해의 조용한 항구 마을에서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곳이자, 큰 재난을 겪고도 다시 술을 빚기 시작한 양조장이다.
화려하게 알려진 유명 브랜드와는 또 다른 매력. 히로시마의 사케를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아키쓰의 작은 양조장에도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