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929] 붓 한 자루가 만들어지기까지, 구마노 붓 분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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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붓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히로시마현 구마노초.
이곳에서 붓을 만들어 온 제조업체 분코도(文宏堂)를 방문해 붓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완성된 붓은 익숙한 물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손길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붓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털을 모아 손잡이에 끼우는 작업이 아니었다. 먼저 붓의 용도에 맞는 털을 고르고, 길이와 성질이 다른 털들을 세심하게 다듬어 한데 모은다. 털이 고르게 모이도록 정리하고 형태를 잡는 과정에서는 작은 차이도 놓칠 수 없다. 털이 어느 방향으로 놓이는지, 끝이 얼마나 가지런한지에 따라 붓의 모양과 쓰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후 털을 모아 붓촉의 형태를 만들고 손잡이에 결합하는 작업까지, 각 단계마다 숙련된 손길이 이어진다. 기계로 빠르게 찍어내는 제품과 달리, 붓 한 자루가 완성되기까지는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세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눈앞에서 제작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평소에는 그저 글씨를 쓰는 도구로만 생각했던 붓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가늘고 부드러운 털들이 모여 하나의 붓촉이 되고, 그 끝에 글씨의 굵기와 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담긴다.

분코도는 1907년부터 붓 제작을 이어온 곳이다. 농한기의 부업으로 시작된 구마노의 붓 만들기가 오랜 시간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렇게 재료를 다루고 기술을 이어온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완성된 붓만 보았다면 알기 어려웠을 과정들. 직접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니 붓 한 자루에도 오랜 경험과 손끝의 감각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일본 제일의 붓 산지라는 이름 뒤에는 결국, 오늘도 묵묵히 붓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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