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사케 양조 문화가 발달한 지역들이 있다. 효고현의 나다(灘), 교토의 후시미(伏見), 그리고 히로시마현의 사이조(西条)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사이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케 산지 중 하나로, 지금도 여러 양조장이 오랜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고 한다.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있는 사이조.
JR 사이조역에 내리면 붉은 벽돌 굴뚝과 오래된 양조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사케마쓰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 작은 마을은 어떻게 일본을 대표하는 사케 산지가 되었을까?
사이조의 사케 역사는 약 3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75년에 창업한 하쿠보탄(白牡丹)을 비롯해 여러 양조장이 이곳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 왔다.
사이조가 양조 마을로 성장한 데에는 지리적 조건이 한몫했다. 예부터 사람들이 오가는 교통의 요지였고, 여행객들이 머무는 숙박 도시이기도 했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곳에서 사케의 생산과 유통도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자연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이조는 분지 지형으로 겨울이 비교적 춥고, 양조에 적합한 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조건은 사케를 빚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정미 기술이 발전하고 철도 교통이 확장되면서 사이조의 사케는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사이조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케 산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매력은 오래된 양조장이 지금도 마을의 일상 속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양조장 거리를 걷다 보면 사케가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곳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해 온 문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년 가을 열리는 사이조 사케마쓰리도 이러한 역사에서 출발한다. 사케를 통해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축제다.
역사를 알고 다시 바라보면, 역 주변의 오래된 건물과 굴뚝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사이조는 사케를 만드는 마을이면서, 사케와 함께 시간을 쌓아 온 마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