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또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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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겅 잘린 무청을 컵 속에 넣고 물을 부었어요.

자른 건 내가 아니지만 컵 속에 넣고 물을 준 건 분명 나요.

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면서 줄기들을 내고 빛이 있는 위로 위로 그것들을 밀어 올려요.

줄기가 난 이 무청을 밭에 옮겨 심을까요, 아니면 줄기를 싹둑 잘라 샐러드의 재료로 삼고 다시 줄기가 올라오게 물을 줄까요?

한 번 줄기를 낸 무청은 이미 기진했을 텐데 말이예요.

내일 땅으로 옮긴들 줄기를 뻗고 뿌리를 내리는 외에 달리 다른 걸 할 수 있을까요?

여하튼 이 무청이 나인 것 같아, 내일 땅에 뿌리를 내려서 자양분을 흡수하게 자리를 옮길 참이예요.

애쓴다. 너나 나나 어차피 스러질 운명이지만 햇빛의 기운을 받아 뿌리도 더 뻗고 물과 땅의 양분을 빨아 줄기를 밀어 올리고 꽃을 피우고 그렇게 애를 더 쓰다가 가자. 서로 이유는 묻지 말자. 너와 나 모두 이미 떨어져 나간, 어엿한 한두 몸뚱아리를 벌써 내지 않았느냐?

생명의 신비 또는 딜레마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