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대표 배우이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10년만인 2017년 3월 국내에서 재개봉 했다.
재개봉의 의미
빠르게 소비되고 있는 문화 트렌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십 수년 만에 극장에서 상영관을 차지하는 영화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월트디즈니의 애니매이션 시리즈부터 잭 블랙, 주성치의 코미디 영화 등 특정 매니아 층을 가진 영화들이 눈에 띄고 또한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던 영광의 작품들 역시 재개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밀리언 달러 베이비>이다.
노장의 저력
소재의 참신함과 작품성, 배우의 연기가 작품의 흥행을 갈라 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계에서 투자비를 모으기에도 힘들었던 권투 코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흥행을 이끌었다. 이 영화는 7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누구의 의심도 없이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 배우들의 연기상까지 싹쓸이 할 정도였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선견은 정확했다.
영화는 단순한 퇴물 복서 프랭키와 복서가 되겠다고 나타난 서른 넘은 여성 매기의 권투 선수 성장 스토리로는 절반도 표현되지 않는다. 둘의 관계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프랭키는 자신을 떠나간 딸을 만나고, 또 스크랩과의 악몽 같았던 경기의 순간과 그로 인해 흘러가버린 23년의 시간을 마주한다. 그를 떠나갔던 모든 것들이 매기라는 인물에 담겨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생의 섭리이자 숙명과 같은 세계관을 내비친다.
영화의 흐름
영화의 초중반은 이야기의 흐름과 복서 프랭키의 과거를 보여주는 의도로 전개되었다면, 후반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승부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패배자의 아픔을 보고 승자를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품은 답을 정해두지 않았다. 삶의 비극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매기의 선택과 그 것을 받아들이는 프랭키의 모습. 클로즈업 된 표정을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은 영화의 감정선이 극에 치닫는 순간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련미가 살아 있다. 노장의 코치가 복서 매기를 가르치면서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신도 그녀에게 삶을 반추하고 살아가는 것에 배움을 얻는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 속에 지독하게 따라붙는 시련과 비극은 과장되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