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면서도 강인함이 있고,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그녀의 냉철함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던 사노 요코의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무한대로 표출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고, 나만이 느끼는 악몽 같은 삶에 슬퍼하고 세상의 무게에 지쳐가는 것들이 지금의 삶을 삶아가는데 있어 어떠한 흐름의 변화도 가져오지 않기에 그저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치매 걸린 엄마를 오래 봉양한 뒤에야 암을 발견하고 2년 뒤인 2010년에 별세하신 일본 여류작가 사노 요코 할머니의 책은 잔잔하게 그러나 아름답지만은 않게, 한편으로는 피식 웃음이 중간중간 터져나오면서 흘러간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주변의 것들, 사람들, 당장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보통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괴팍한 심리상태가 줄곧 글에 비치는데 나도 온순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또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그렇지 옳지"의 추임새가 나오는 페이지들이 많았다. 거창한 그림이나 사진 등의 시각적인 기교 없이도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이라는 형태로 남겨둔 것이 좋았다.
사노 요코는 의연하다. 발병뿐만이 아닌, 암세포가 온 몸에 퍼져 더 이상의 그녀가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적응해 왔던 삶을 이어갈 수 없는 걸 인지했음에도, 시한부의 삶을 알고 난 뒤에도 오히려 그녀 만의 방식으로 남은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통장에 있던 돈으로 재규어 한 대를 산다.
시련에 대처하는 법이 아닌, 본인을 사랑하는 어느 한 짱짱한 노인의 일상을 곁에서 관찰한 느낌이다. 감정에 얽매여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본인이라는 자아의 생활에 초점이 맞춰진 일상은 파도가 치지 않고 잔잔하기만 할 뿐임을 보여준다.
<자식이뭐라고>, <죽는게뭐라고>등의 시리즈로 출간되니 그녀의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삶과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에 초연하게 살아가는 노하우를 그녀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독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등의 푸념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나 역시 이런 푸념을 누군가의 앞에서 뱉어내곤 했을 것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다. “-게 뭐라고”라는 말의 표현을 차근히 살펴본다면 내가 가지지 않은 가치에 대해 비아냥대는 의미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면에서 사노요코의 <사는게뭐라고> 책의 제목은 더 이상 살지 못하는 자신을 앞으로의 삶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사람들에 비교하며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표현은 아닐까.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권고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