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썼던 나의 글 [6]
현재 나는 배재대학을 가고 싶다.
하지만 나의 환경은 녹록치 않다.
돈도 없는 마당에 대학조차 멀고 기숙사에 들어 가야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굳이 4년제 대학인 배재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저 그것을 부정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 수 도 있다.
나는 살면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충족시켜 준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항상 왠지 모르게 불안했고 슬펐고 우울했으며 고독했다.
처음에는 나 또한 그저 지나가는 일종의 순간적 현상으로 치부 했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것이 나의 삶에 정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보자.
나조차 모르고 아니 감추고 숨기고 싶었던 누구에게도 보여주거나 꺼내기 싫었던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우리 집은 돈이 없다.
항상 부족해 보였고 겉으로나마 모양새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다 허울 좋을 뿐이다.
돈 없는 나는 고집을 피워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고 그것이 한계라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닫게 되었다.
약속을 해도 불의의 사건과 사고가 있으면 쉽게 깨지고 사라지고 잊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에게는 약속의 의미를 상실했다.
약속은 그저 신뢰를 위한 도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처음 고등학교를 갈 때 나는 바로 취직도 하고 돈도 벌 겸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부모님은 억지로라도 날 인문계고등학교로 보내셨다.
무엇을 위한 강요였을까?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고 하신 걸까?
아니면 가뜩이나 불우해 보이던 당시의 상황에서 나의 선택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다가올까 두려우셨던 걸까?
나는 그 어느 것이든 상관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눈치를 보는 입장이고 집안에서 있는 식충중 하나 일 뿐이니깐 공부도 못하는 게 게임만 하고 말도 안 듣고 밥도 안 먹고 이따위인 나를 좋은 시선으로 봤을 리 없어 보이니 말이다.
나는 공부할 마음이 없었다.
공부를 해도 결과적으로 무엇인가 나의 상황의 변화를 보지 못했다.
나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했으며 여전히 절망스럽고 고통스럽고 괴롭고 불가항력적인 제재에 고통 받으며 나의 자유를 최대한 억압하고 구속하고 조이고 목 죄었다.
‘네가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느냐’
‘너는 그게 무엇이 괴로웠느냐’
아무도 모른다.
고통이 있었고 원인은 존재했었지만 어느새 원인조차 희미해져 갔다.
원인조차 사라진 고통과 슬픔 고독과 무기력은 나를 괴롭히기 충분했고 나는 그것을 홀로 눈물 흘리며 감내했다.
그저 한 없이 슬펐다.
그저 한 없이 괴로웠다.
이 모든 세상이 모든 상황이 끔찍했고 그 속에서 커가면서 사라지는 나의 가능성들이 눈물로 흘러갔다.
괴로웠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상실해버린 나에게로 떠나가는 것 같았다.
나의 근본 사상 생각 마음 신체 환경 행동 그 모든 게 나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내가 아닌 듯한 그 느낌을 누가 알까?
밥을 먹어도 맛을 모르겠고 책을 읽으면 너무 감정이 이입되어 고통스러운 나를 누가 알까?
무엇인가를 찾고 싶어 발버둥치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움직이려 할 때 마다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을 신경 쓰던 나를 누가 알까?
모른다.
그 누구도 나에게 알려준 적도 안다고 한 적도 없다.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그 구속을 알아채주고 나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해줄 존재는 없었다.
그저 세상은 세상일 뿐이었다.
모르는 건 신이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이다.
창대한 바다처럼 멀고 긴 모든 것처럼 이어지지 않고 떠오르지 않는 그 모든 것과 같아 용솟으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스트레스인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려
시발 돈 돈 돈 돈 돈이 없다고 내가 하고 싶은걸 모르는 이유가 뭔지 알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우리의 꿈과 희망은 그렇게 사라지지 너의 재능을 알 수 있는 것은 없어 만들어지는 것은 없어 넌 돈이 없으니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 하는 무지한 존재들은 세상에 넘쳐나지
애초에 찾지도 못할 보물을 탐내고 추구하는 자들 또한 넘쳐나지
그래봤자 그것을 찾고 추구해도 돈이 없으면 끝인걸
그래봤자 그 보물은 비싸서 못살걸
알려줘 이 세상에서 왜 나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지
돈 말고 뭔가 대단한 그 무엇인가 존재할 거 아니야!!
이 시발 새끼야 알려달라고!! 뭐가 문제인대 시발! 세상이 나를 거부하는 게 무엇 때문이냐고
세상은 돈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러냐!
빨리 숭고한 이유라도 대보라고 정말 좃 같다.
돈이 없다는 것을 애써 돈에 의한 지속과 속박 자유의 억압을 부정해가며 살라 했지만 눈을 감는다고 그 앞의 장애물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결국 닿고 말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장애물 커다란 벽으로 높이 쌓아 올려진 견고한 성 무엇이든지 이루게 해줄 것 같은 번쩍이는 왕좌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 정상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뒤에서 벌벌 떨며 웃는 승자들 끝과 처음의 시작은 중간이다.
모두 공통되게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물론 있다.
시작부터 성에 앉아있는 자와 시작부터 견고한 방벽을 두른 자 무기를 가진 자 마법을 쓰는 자 남을 속이는 자 훔치고 살해하고 빼앗고 죽어가는 자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이 이곳이다.
이제야 알겠다.